입 안 가득 퍼지는 봄의 기억
아이들이 어렸던 시절,
우리 집 뒤 동산엔 봄이면 분홍빛 진달래가 활짝 피곤 했다.
굳이 보지 않아도, 구불구불 산을 오르다 보면 향긋한 꽃내음이 내 마음을 간지럽히곤 했다.
그 시절.. 그 감정, 그 시간들이 얼마나 좋았던지..
한 손엔 여섯 살 딸 아이, 다른 한 손엔 세 살 아들의 손을 꼭 쥐고 총총 오르고 싶었던 산길.
예쁘게 핀 진달래를 보여주고 싶지만 마음만 굴뚝같지..
말을 하지도, 걷지도 못하는 세살된 아들을
업지도 못하고 집에 뉘운채..
나는 혼자 동산을 오르며 이 생각.. 저 생각..
땅만 보고 걸었다.
문득.. 아무것도 모르던 내 어린시절이 생각나..
왕사탕만 세잎 크로버 하얀 꽃을 꺽어 반지도 만들고, 화관도 엮고..
그러다가 예쁘게 핀 진달래 꽃을 보면 꽃이 망가질까봐 조심조심, 두 손에 모아 살포시 집에 가져왔더랬다.
그리곤, 엄니에게 진달래로 떡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엄니는 바가지에 찹쌀가루를 담고, 물을 붓고선, 나보고
"조물딱, 조물딱 해봐!" 하셨지.
그때 난 조그마한 손으로 쪼물쪼물.
얼마나 설레여 했던지..
이제는 내가 엄니가 되었다.
평생 총총 걷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누나와 함께 바구니에 봄 가득, 진달래 꽃을 조금 따.. 집에 돌아왔다.
너무 예쁘고, 신기하다는 딸
세살이 되도록 말을 못하는 아들이지만
" 예쁘지~"
하니
그렇다고 고개를 연신 끄덕.
곱고, 예쁜 진달래꽃이 망가질까봐 조심스럽게 쓰담쓰담하는 아들의 작은 손을 보니,
왜.. 또.. 눈물이 나는지.
그 옛날 엄니가 그랬던것처럼 나도 바구니에 찹쌀가루를 넣고, 물을 넣으며 아이들에게 조물딱 조물딱 만져보라고 건네본다. 엄니가 했던 말을 내 아이들에게 건네는 시간은 되감긴 필름처럼 가슴을 두드린다.
신나게 덤벼들어 반죽하는 여섯살 누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만져보는 아들
너무 사랑스럽네.
손끝에 묻어나는 보드라운 진달래 꽃잎의 감촉, 그 보드란 꽃잎을 조심스럽에 반죽위에 포개며 얼마나 신나했는지. 아이들의 손끝에 봄이 피어난다.
그 봄날의 기억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투명하게 피어나.
두 어린 마음에 진심을 담아 만들었던 진달래 화전을 조심스레 한입 베어물며 얼마나 맛나했던가..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별맛도 아니었겠지만..
진달래 화전처럼 입 안 가득 퍼지는 봄의 기억과 내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추억.
이제는 다 커버려 성인이 된 아이들을 보며
진달래꽃 봄날의 기억은 아직도 투명한 행복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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