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은 절대 NO!! "

라는 남편에게 부탁한 생일 선물

by 캠강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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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도 출근하는 남편은 오후 17시쯤 퇴근해 가볍게 씻고, 시원한 거실에 앉아 밥과 과일을 먹으며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편안한 힐링 시간입니다.


신혼 생활을 시작한 2000년!

야근으로 본방을 놓친 드라마를 비디오로 녹화해 놓고, 한가한 휴일 정주행하던 남편은 스포츠를 싫어하는 저에겐 그야말로 ‘완벽한 남편’이었죠.


당시엔 제 비위 맞추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퇴근하자마자 7시 드라마부터 밤 10시 드라마까지 쭉 이어 보는 드라마 애청자였어요.
그런 남편이... 참 좋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누굴 닮은 건지…
하루 종일 축구, 야구, 스포츠만 보는 아들을 피해 안방으로 쫓겨난 지 오래입니다.


결혼한 지 25년 된 부부 생일 선물 주고받나요?


아이들 키우고, 양가 경조사 챙기다 보니 내 생일도 깜박하는 시간이 오네요.


그래서 요즘은 생일이 다가오기 전에, 1년에 몇 번 없는 데이트를 시도해요.
영화를 미리 예매하고, 영화 시간에 맞춰 저녁을 먹고, 팝콘과 콜라까지 챙겨 영화관에 들어갔다 나오면 밤 12시 반을 넘긴 적도 많습니다. 그날 못 본 드라마는 새벽에 일어나 재방송으로 챙겨보는 남편, 그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하지만, 이번 제 생일은 그리 넘길 순 없었어요.


why?


캠핑카 작동을 다시 반복해 만져보고, 펼쳐보고, 시도해 봐야 합니다.


텐트 절대 NO!, 캠핑 절대 NO! 를 외치는 남편에게 카니발 캠핑카 차박은 상상도 안 되는 일이었죠.

완전!! 절대!!


하지만 부탁과 협박과 조름의 시간을 한참 시도한 끝에 드디어 성공!

40대 마지막 생일은 남편과 함께 떠나는 차박입니다.


아들과 딸은 오랜만에 동두천 오빠집에 보내고, 저희 부부만 여유롭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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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정말 의미 있는 날이에요. 물론 남편에겐 생애 첫 고생길이겠지만요. 사실 며칠 전부터 캠핑장을 검색하고 예약했어야 했는데 남편 눈치를 보느라 정작 출발 하루 전, 금요일 저녁 6시 겨우 예약을 했습니다.

새로 산 중고 캠핑카의 어닝을 제 힘으론 펼 수 없어 연습이 필요하고 남편의 도움이 절실했던 그때, 드디어 남편과 단둘이 떠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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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가 좋은 단독 전망대 사이트를 찾았는데, 전망을 바라볼 수 있는 바 테이블도 있다기에 기대는 점점 커졌어요. 270도 어닝을 펴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쓰윽 쳐다봅니다. 요런 건 흔하지 않다 보니, 저도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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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뻘뻘 흘리며 설치하는 남편을 보며, 너무 미안한 마음 가득하지만 완성된 어닝을 보니 너무 멋져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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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좋군!” 했는데…아… 바람이 안 불어요. 겁나 덥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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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펼친 어닝 커버를 걷고, 새 이불과 요를 깔아봅니다. 여름용이라 까슬까슬 시원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어닝을 접고 펴는 데 남편이 땀을 너무 흘려 미안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결국 에어컨 빵빵한 카페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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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가는 길 경치는 정말 멋졌어요.


남편의 커다란 손을 잡고 가던 길 이미 25년 이상 같이 살고 있지만 지금도 설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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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충분히 흡수하고, 얼음 들어간 아이스커피도 한숨에 들이키니 슬슬 배가 고파집니다. 다시 차로 돌아와 미니 전기그릴에 초벌 고기를 굽고, 1인화로 불맛 나게 2차 고기를 구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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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 먹어야 하는 소고기를 과자처럼 굽는 남편이지만.. 오늘은 용서합니다.
과자가 되기 전 피가 좀 남아있는 고기를 먹으면서 남편 얼굴 보고 신난다며 재잘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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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경치를 바라보며 먹는 고기맛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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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나오는 길에 본 울 남편 뒷모습 여유 있어 보이고 멋있어요~


정말 소중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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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고, 주변 조명이 하나둘 켜질 때 불멍을 시도해 봤어요. 남편이 너무 싫어해 화로대를 챙기지 못했지만, 주방에서 가져온 싱크대볼을 1인용 미니화로 안에 넣고, 그 안에 솔잎과 마른 가지를 넣은 뒤 불을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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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조금 눈치를 주긴 했지만, 제가 돌고래 소리를 내며 너무 좋아하니 더 이상 뭐라 하진 않더군요.



블루투스 스피커에선 감성적인 카페 음악이 흐르고, 투명한 글라스잔엔 톡 쏘는 탄산 맥주. 술을 못하는 저희지만 몇 모금만으로도 기분이 몽글몽글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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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덥디 더운 제 생일이 또다시 돌아옵니다.


벌써 절대 또 차박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남편을 위로하며 이번엔 오랜만에 다시 영화 데이트를 할 예정이에요. 아직 남편에게 지은(?) 죄도 많고, 눈치도 좀 보이지만..


전, 강의 중간중간 짬 내서 차박을 하면 되니까.


지금 이대로도 참 감사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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