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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가르쳐준 장애인식의 차이, 특별한 경험과 감동

2019년 11월 휠체어축구, 일본과의 첫 국제 친선 경기 이야기 2.

by 캠강맘

휠체어축구, 일본과의 첫 국제 친선 경기 두번째 이야기



매년 10월이 되면 체험학습을 신청해 아들과 엄니, 나 3명은 필리핀 패키지 여행을 즐겼다. 세부, 보라카이등 아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자 하는 이유였지만, 사실 그 여정은 매우 어렵고 힘들고, 고달펐다.


접이식 미니 휠체어라고 하더라도 무게가 있기에 한손에 아들을 안고, 다른 한손엔 휠체어를 들고, 캐리어까지 끌고 다니기엔 정말 기절할정도로 체력이 받쳐 주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그럴때마다 기꺼히 함께 동반여행을 해주신 엄니가 계셔서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절대 가지 않으리라 다짐한 나라가 있다면 '일본'이었다. 아무래도 역사 수업 시간에 배웠던 기억들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엔 꼭 가야했고,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다.



공항에서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을 만났다. 난 잘 .. 모르는데 청소년 선수들이 유명한 축구감독님이라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우리 엄마들은 .. 자식들의 갈망과 희망과 부탁에 많이 약하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조심히 부탁했는데, 흥쾌히 사진도 찍어주시고, 아이들 T셔츠에 친필 사인도 해주셨다.


1572593126871.jpg 국가대표 축가선수 감독, 최초 일본과 국제 친선 경기 휠체어축구선수




아이들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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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축구, 일본과의 첫 국제 친선 경기 이야기



사인받은 T셔츠는 그 이후로도 절대 입지 않고, 서랍속에 고이 모셔놨다.

2019-11-01-21-40-21.jpg 휠체어축구, 일본과의 첫 국제 친선 경기 이야기


20191101_214329.jpg 휠체어축구, 일본과의 첫 국제 친선 경기 이야기


일본에 도착하자 한국 가이드가 우릴 반겨줬다. 다행히 가족이 일본에 있고, 일본어로 소통하는데 문제가 없는 j맘이 앞장서서 우릴 리더해줬고, 우린 병아리처럼 졸졸 따라다녔다.


솔직히 말하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렇게 많은 단체로 일본을 방문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분명 가이드는 당황했을텐데도 전혀 그런 기색 없이 친절하게 챙겨줬다.


한국과 달리 대중교통을 이용해 호텔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기차를 2번이나 갈아타야 했고, 기차와 플랫폼의 간격이 넓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미리 탈 기차와 도착역을 알려야 했고, 휠체어장애인이 몇 명인지도 같이 공유해야하다보니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기차를 타고 내릴땐 바퀴가 틈에 빠지지 않아 안전했다. 그 이유는 승무원 2~3명이 기차 문 앞에 서서 기차가 멈추자 경사로를 설치해 우리가 타고 내릴 수 있게 매번 배려를 해줬다. 순간 얼마나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이 교차되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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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도착하자 혈기왕성하고 식탐이 많은 청소년, 청년들은 배 고픔을 느끼게 되었고, '일본 편의점' 도시락을 몸소 느껴보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정말 신기한 상품, 제품, 음식들이 많았다. 일본에 오면 꼭 먹어봐야한다는 목록 리스트를 챙겨 왔을만큼 아이들 기대에 부응하기 충분한 편의점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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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거 담다보니 너무 많이 사버림..


양 손에 들고, 아이 휠체어에 걸고..그래도 손가락이 빨개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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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또 언제 오겠어~ 라는 생각으로 마구잡이식 쇼핑 시작한 1일차


일본에서 만난 충격과 감동, 장애인 화장실


그리고 날 또 놀라게 한건 '장애인화장실'이었다.


우리는 보통 장애인 화장실이라고 하면 변기에 달리 안전바와 세면대가 같이 있는 구조의 독립공간을 떠올릴것이다. 요즘은 '장애인화장실'이라는 명칭에서 가족사랑화장실이라는 이름으로 임산부, 가족, 어르신, 거동이 어려운사람등 안전바 외에도 설치한 장소 성격에 따라 아기 기저귀 교환대와 아이 의자, 소변기등이 있다.


그런데, 일본은 좀 달랐다. 아니 많이 달랐다. 화장실안에 처음 보는 것들이 존재했다.


20191101_213152.jpg 일본 장애인 화장실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의를 할때도 많이 등장하는 사진 중 하나인데, 여기서 퀴즈 나갑니다.


저기 가운데 동그라미가 된 건? 뭐일까요?

1. 세면대

2. 아기 엉덩이 닦아주는 샤워기

3. 변기

4. 여러가지 닦는 곳


정답은??

" 3번 내부장애인들중 장루요루 분들을 위한 변기 "

대한민국은 암 질환,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등으로 인한 장루보유자가 전국 '2만명'이다.


그런데, 본 적 있는 분?

들어는 본 분?

" 엥? 장루요루 장애인들 변기는 다르다고?? 근데 왜 본적이 없지? 우리나라는 없나?? "


우리나라는 2만명의 보유자가 있음에도 전국에 10개 밖에 없다T.T


그런데, 일본은 우리가 묵은 비즈니스 호텔 장애인화장실에도 내부장애인을 위한 변기가 설치 되어 있었다.


심지어 우리나라와 다르게 , 도시 곳곳에서 마치 일상처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화장실의 규모도 우리나라의 몇배에 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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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비참해짐... 그리고 너무 부러움.. 배려가 아닌 일상이 되어 있는 듯한 문화에..'


그렇게 생각에 잠기며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아침 일찍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 잊지 못할 배려


역시 기차를 2번 갈아타야 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놀랍게도.. 역에 내리자 우리를 기다리는 차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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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측에서 '장애인택시'를 불러준 줄 알고 당연하다는 듯이 타고 내렸는데, 택시가 아니었다.. 우리와 같은 휠체어축구 선수들의 부모님들이 본인 차로 우릴 마중 나온것이었다..


자신들의 차로, 낯선 나라에서 온 우리를 직접 마중 나온 것이었다.


그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런 감동이..

"우리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줬어..감동이야..잉.."


그래서였을까..

그 경험 덕분에..

나 자신이 얼마나편파적인 시선으로 일본을 바라봤는지 깨달았다.

편견 대신 눈앞에서 경험한 사실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장애인을 향한 일본 사회의 배려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었고, 그 배려를 실천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언젠가,

일본선수들이 한국에 방문해 친선경기를 하게 된다면

우리도 꼭 이런 감정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가 같은 눈높이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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