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1등 도장이 아들 손등에 찍힌 날
2014년 가을 이른 아침 아들을 깨워 학교에 보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던 아침.
공중파 방송에선
'모두 다 1등, 가을 운동회 6학년 5명이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이라는 주제로 영상이 흘러나왔다.
배경은 초등학교 운동장이었고, 이날은 운동회라고 했다.
'모두 다 1등? 이라니? 무슨 말이야?'
라며 소파에 앉아 TV를 무심히 쳐다보다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꽉 차운 학생들은 노랗고, 파란. 오색빛 T셔츠를 학년, 반 마다
맞춰 입은 듯했고, 부모들은 놓칠세라 여기저기서 카메라로 찍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가을 운동회에서 6학년 5명이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학생들은 열심히 달리기를 하며 경쟁을 이어가다가 30미터 앞에서 갑자기 멈추더니 뒤를 돌아
뒤 따라오는 친구의 손을 잡고 뛰었습니다. 위 사진 맨 오른쪽 아이는 항상 꼴찌만 하는 아이였습니다.
6년 동안 항상 꼴찌 하던 친구를 위해 함께 달리기를 하는 친구 4명이 미리 계획을 했습니다.
함께 1등을 하자는 거였어요. 뒤 따르던 친구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때 찍힌 사진입니다.
결승선까지 다 같이 들어와서 모두가 1등을 했습니다.
이 친구는 연골무형성증이라는 지체장애 6급이라는 설명과 장애를 갖고 있었고, 주인공 누나가 쓴 글도 달렸다.
그리고 다음 해 2015년 가을, 우리에게도 기적이 생겼다.
늦지 않게 부랴부랴 달려간 아들의 운동회. 아들은 음악에 맞춰 양손에 깃발을 힘차게 들고, 율동 중이었다.
잠시뒤 시작된 운동회 역시 5명이 함께 하는 달리기였다.
아들은 공익근무원 선생님과 전동휠체어로 천천히 따라가는 중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수동휠체어를 선생님이 밀어주며 달렸었는데, 혼자 조이스틱을 조정하는 모습이 의젓해 보였다.
그런데, 한참 달리던 친구들이 다시 돌아와 아들과 보폭을 맞추기 시작하며, 나란히 결승전으로 향했다.
공익선생님도 이 모습을 보던 엄마들도 모두 넋 놓고, 쳐다보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 모두 다 1등 "
처음으로 1등 도장이 아들 손등에 찍힌 날이었다.
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웃고 있는 친구들과 아들의 모습이 환하게 보였다.
손등에 찍힌 1등 도장을 보여주며, 아들은 계속 ' 꺄르륵' 한참을 신나서 웃었다.
웃는 모습을 보는 난 울고 말았지만..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고맙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