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살아있다.

4편

by 김초인

민철과 영수가 촬영팀과 함께 각 업체의 사무실로 향했다. 지방에 있는 곳은 민철이 맡아 영수는 비교적 가까운 업체로 출발했다. 30분 정도 운전해서 도착 한 허름한 건물 앞에 서서 3층에 설치된 간판을 올려보았다.

‘바라봄 스튜디오’

영수보다 한 걸음 뒤에서 카메라를 들고 오던 주광이 말했다.

“엘리베이터도 없네요.”

영수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러게요. 주세요. 같이 드시죠.”

“아휴. 됐어요. 얼른 올라가요.”

“무거운데 같이 들어요. 주세요.”

영수와 주광이 1층에서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하는 중에 큰 키의 미남형인 남자가 건물로 들어왔다. 연한 하늘색 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남자가 계단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영수와 주광에게 말했다.

“저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영수와 주광이 서둘러 남자에게 길을 터주었다. 남자가 계단을 오르다 문득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혹시 인터뷰?”

영수와 주광이 반 계단 위에 서 있는 남자를 올려보며 동시에 말했다.

“네.”

“이런 우연이 있네요. 제가 오늘 인터뷰하기로 한 사람이거든요.”

남자가 여유 있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남자가 다시 영수 쪽으로 계단을 내려오며 주광이 손에 들고 있던 촬영 장비를 달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아, 괜찮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데.”

주광이 영수를 흘긋 바라보고는 마지못해서 주는 척 남자에게 장비 하나를 건넸다. 영수가 남자의 부드러운 몸짓을 바라보며 잠시 멍하게 있다가 주광의 손짓에 정신을 차리곤 같이 계단을 올랐다. 허름한 건물 외관과 마찬가지로 건물 내부 또한 제대로 청소를 오래 안 한 듯 근원을 알 수 없는 악취가 풍겼다. 남자가 2층 즈음 올랐을 때 말했다.

“건물이 많이 낡았죠?”

영수가 순간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가볍게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곧 이전 하려고 해요. 적어도 엘리베이터 있는 곳으로.”

남자가 발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뒤로 3층까지 말없이 걷던 세 사람이 ‘바라봄 스튜디오’라고 적힌 사무실 앞에 섰다. 남자가 말했다.

“누추하지만 어서 오세요.”

남자가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3평 남짓 되어 보이는 사무실에는 책상 1개와 컴퓨터 두 대가 놓여 있었다. 남자가 주광에게 촬영 장비를 다시 건네주고는 어디선가 접이식 의자를 가져와 놓으며 영수와 주광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커피라도 타올게요. 좀 기다려주세요.”

영수와 주광이 남자가 가져다준 의자에 앉았다. 남자가 책상 서랍을 열고 잠시 부스럭거리고는 종이컵에 커피 두 잔을 담아 가져왔다. 영수와 주광이 커피를 받아 들고는 각자 잘 마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다. 남자가 ‘그거 믹스에요.’ 하고는 자신 또한 책상 의자에 앉았다. 영수가 미리 준비해둔 명함을 들고 남자에게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영수라고 합니다.”

명함을 건네받은 남자가 다른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는 아직 명함이 없어서요. 처음 뵙겠습니다. 송정민입니다.”

정민이 의자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자 앉아있던 주광도 일어나 자기소개를 했다.

“오늘 촬영을 맡은 김주광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까지야.”

정민의 넉살에 주광이 전보다 풀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영수가 잠시 사무실을 눈으로 훑어보았다. 벽에는 옅게 곰팡이가 피었고 누렇게 변색 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정민의 모습만 이질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수는 정민이 묘한 카리스마와 소년 같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동시에 지닌, 그러나 어딘가 이상하게 불편한 인상을 주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영수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낀 정민이 생글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이 궁금하시다고.”

“아, 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낌새에 주광이 일어나 촬영 장비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영수가 가방에서 수첩과 볼펜을 꺼내며 말했다.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휴. 감사는요. 이렇게 와주셔서 제가 더 감사한데요.”

두 사람의 대화 사이로 주광이 영수에게 촬영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영수가 말했다.

“혹시 질문 중에 불편하시거나 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굳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지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주로 하는 일은 가족을 잃은 분들이 AI 복원을 통해 보다 깊은 의미의 추모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요. 부가적으로는 부모님이나 조부모님들, 또는 고객들의 어린 시절 사진들을 고해상도로 복원하는 일도 하고요.”

“혹시 이 일을 선택한 계기가 있으신지, 있다면 그 계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정민이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시작하진 않았어요. AI가 대세라고 하니까 한 번 배워나 볼까 싶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았던 거죠. 제가 컴공과 출신이거든요.”

“아, 예.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했다면 더욱이 다른 컴퓨터 관련 직종이나 AI 관련 산업으로 취업을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AI 복원을 전문적으로 하게 되신 계기는요?”

“사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어요. 이런 일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제 꿈이 원래는요. 엄청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한 번 크게 빵! 하고 터지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졸업하고 나서 방구석에서 매일매일 컴퓨터만 붙들고 사니까……. 친했던 선배가 불쌍해 보였던 건지 뭔지, 이런 일도 있다고 해보라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아르바이트로 얼렁뚱땅 시작한 일이었는데…….”

정민이 잠시 말을 멈추고는 고민 섞인 표정으로 검지로 자신의 턱을 몇 번 두드리고는 뭔가 떠오른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아. 죄송해요. 단어가 잠시 생각이 안 나서요. 그러니까, 보람! 생각보다 보람이 있더라고요.”

“어떤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셨는지 구체적으로 여쭤봐도 될까요?”

“그러니까 이 일이요. 생각보다 아주 어마어마한 재능이나,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할 장인의 기술이 필요한 일은 아니거든요. 근데요. 그 몇 초, 길면 몇 분짜리 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정말 몇 번씩 몇 번씩 자기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아니면 잃어버린 추억을 찾게 해줘서 고맙다고 해요.”

“그렇군요…….”

“어떤 사람들은요. 사무실로 전화까지 해서 울어요.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사실 처음에는 저도 궁금했어요. 뭐가 그렇게 고마울까. 가족이 진짜 살아 돌아온 것도 아닌데. 근데 제 영상으로 자기 마음에 응어리가 풀렸대요. 아, 지금 제가 기억나는 일화가 있는데, 어떤 여자 고객이 있었는데요. 나이가 40대 중반이었을거에요. 어머니가 몇 년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꼭 다시 뵙고 듣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어요. 그 말이 결혼 축하한다는 말이었는데, 전 뭐 재혼이라도 하는 줄 알았죠. 근데 그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에 결혼을 엄청 반대했었대요. 생전에 결혼식도 안 오고 손주 손녀들도 절대로 안 보고요. 돌아가시고 나서야 빈소에서 사진으로 본 게 마지막이었대요. 그래서 제가 보내 준 1분 몇 초 되는 영상을 보고 남편이랑 밤새도록 끌어안고 울었대요. 이제야 인정받은 기분이라고요. 20년 넘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고요.”

정민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래서 ‘이거다.’ 싶었어요. ‘이게 내 길이구나.’ 그때 딱 느껴졌어요.”

영수가 정민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하지만 그건 고인 된 분의 진정한 뜻은 아니었잖아요. 일종의 왜곡 같은 느낌도 있는데 혹시 이런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민이 영수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왜곡이요?”

“예. 고인인 어머니는 끝까지, 그러니까 돌아가실 때까지 그 따님분을 축복하지 않았잖아요.”

정민이 살짝 미소를 짓은 채 말했다.

“그걸 완전히 왜곡이라고 할 순 없을 것 같은데요. 돌아가신 분의 마음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겠어요? 뭣보다…….”

영수가 정민의 말을 기다렸으나 정민이 장난스럽게 웃고는 ‘아니에요.’ 하고는 말했다.

“PD님이 물어보신 질문에 대한 답은 다시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할게요. 다음 질문은요?”

영수가 찜찜한 기분은 잠시 덮어놓고 말했다.

“그래도 매일이 보람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고충도 분명 존재할 것 같은데.”

“그렇죠. 어떻게 모든 게 다 좋겠어요. 가끔은 어떤 또라이들이 뭐 인플루언서인지 뭔지 아니면 짝사랑하는 사람 사진 그런 거 들이대면서 역겨운 거 만들어 달라고 할 때, 진짜 현타오죠.”

“현타요?”

“아, 현실 자각 타임의 줄임말인데, 뭐랄까. 그 제가 사람들한테 평화를 가져다주는 비둘기 같은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저런 인간들이랑 대화하면 바로 기분이 시궁창으로 처박히죠. ‘아. 내가 하는 일이 이렇게 사용될 수도 있는 거구나. 어디에선가는 분명히 이 인간들이 원하는 영상을 만들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 정말 최악이죠.”

“그런 의뢰가 자주 있는 편인가요?”

“아직은 이 업계에서 제가 유명하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요. 저 같은 경우는 주에 3-4번은 꼭 받은 것 같네요.”

“어떻게 거절하세요?”

“불법이라고 하죠. 뭐. 그 사람들이 원하는 건 살아있는 사람을 자기 맘대로 하려는 거잖아요.”

“그래도 확실하게 끊어내는 편이신가 봐요.”

정민이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전 그런 인간들 혐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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