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고 있거나,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장일단.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분명 AI가 사람을 지배할 거다, 어쩌구 저쩌구 떠드는 사람들도 많죠.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런 기술을 누구보다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그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걸 과연 ‘나쁜’ 사회 현상이라고 봐야 할까요?”
정민이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숨을 고르고는 다시 말했다.
“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거든요. 그냥 받아들이면 돼요.”
정민이 말을 끝낸 후 천천히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좋은 방향으로만 쓰인다면 인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질 수도 있어요.”
“좋은 방향의 예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지금 제가 하는 일 같은 거죠. 전 제가 하는 일이 한편으론 숭고하다고 생각하거든요. PD님은 제가 사실을 왜곡시키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셨지만, 예를 한 번 들어보죠.”
정민이 기댔던 등을 떼고 영수 쪽으로 몸을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 고객이 아주 심한, 정말 몇 번씩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한 사람이었다면요? 가족한테 버려졌다는 그 고통에 자기 자식들도 예쁘지 않고 결혼생활도 점점 불행해지는 기분으로 몇십 년을 버티듯 살아왔는데, 그런데 그 여자를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게 할 열쇠가 PD님 손에 들려있다면요?”
영수가 말없이 정민의 눈을 바라보았다. 정민이 입만 웃어 보이며 물었다.
“PD님 손에 열쇠를 든 채로 그 여자에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고통스럽게 지금처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살아가라고 할 수 있겠어요?”
정민이 영수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잠시 침묵했다.
“그건…….”
영수가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정민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어디까지나 예로 든 이야기일 뿐이에요. 너무 고민하실 필요는 없어요.”
정민이 다시 장난스럽게 웃었다. 영수가 순간 긴장했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며 말했다.
“잠시 쉬었다가 작업하는 모습을 좀 담아도 될까요?”
“그럼요.”
영수가 수첩을 덮으며 묻자 정민이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입술로 가져다 대며 흡연하는 행동을 취하며 말했다.
“잠시 이것만 하고 올게요.”
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민이 사무실을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촬영을 멈춘 주광이 영수에게 말했다.
“젊어 보이는데 만만하지는 않네요.”
“그러게요. 그래도 인터뷰는 잘 나올 것 같아요.”
“AI 복원이라니……. 참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야 할지.”
“글쎄요…….”
“저도 정민씨 얘기 듣다 보니 혹 하던데요. 아버지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거든요. 기억이 거의 없어요. 가능하다면 그 AI 복원이라는 걸로 한번 뵙고 싶기는 하네요.”
‘물론 진짜 아버지는 아니지만요.’ 하고 멋쩍게 웃던 주광이 영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PD님은 다시 보고 싶다거나, 뭐 그런 분 없어요?”
주광의 물음에 영수가 고민에 잠겼다. 영수의 머릿속에 현숙과 소현이 스쳤다. 고통을 해방 시켜 줄 열쇠. 그 열쇠를 가지게 된다면……. 영수가 더 깊은 고민에 빠지기 전 정민이 사무실로 돌아왔다. 정민의 등장으로 상념에서 깨어난 영수가 결국 주광의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한 채 다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제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셨죠?”
“네, 가능하다면요.”
“고객을 신원만 특정되지 않게 잘 처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다들 개인정보에 예민하잖아요.”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네, 그러면 이쪽으로.”
정민이 자신이 앉은 의자를 옆으로 끌어 자리를 내주며 영수에게 눈짓했다. 영수가 정민의 옆자리로 옮겨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사실 작업 자체는 별거 없어요. 딥페이크 기술이 워낙 좋아서 요즘은 사진 몇장, 동영상만 있으면 누구나 영상은 만들 수 있어요. 다만 고객들의 니즈를 맞춰주는 게 좀 까다롭죠.”
“고객들이 원하는 게 많은 편인가요?”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죠. 대부분 자기가 사랑하는, 사랑했던 존재들을 다시 재탄생 시키는 작업이니까요. 특히 많이 하는 요구사항은 그거에요. 진짜처럼 해주세요.”
“진짜처럼…….”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그분이 살아 계신다면 어떤 모습일까. 건강하다면 어떤 모습일까. 늘 고민하죠. 고객들이 저한테 해줬을 때 제일 좋은 말이 영상에 영혼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거든요.”
“일종의 직업 정신이네요.”
영수의 말에 정민이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잠시 멈추고는 크게 웃었다.
“그러네요. 직업 정신이겠네요.”
영수와 정민은 그 뒤로 말없이 모니터만 바라보았다. 정민은 한쪽 모니터에는 딥페이크 영상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다른 모니터에는 영상의 주인공이 될 누군가의 사진과 동영상을 띄워놓고 있었다. 문득 영수는 모니터에 띄워진 사진과 동영상을 멍하니 바라보며 자기가 앉아있는 공간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탄생, 과연 이 과정을 재탄생이라고 봐도 되는 걸까? 영수는 모니터 속 사진의 주인공이 이선이라면 어땠을지 잠시 상상해보았다. 그 아이를 ‘재탄생’ 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 아이를 ‘진짜처럼’ 만든 가짜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 맞는 걸까?
모니터 속 재생된 동영상에선 ‘아빠, 생일 축하해.’ 같은 축하 인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흰 머리 위로 분홍색의 고깔모자를 쓴 남성이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행복한 듯 크게 웃고 있었다. ‘아빠, 빨리 소원 빌어봐. 소원.’ 이라는 여자의 목소리 뒤로 남성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소원은 우리가 가족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입니다.’
‘아휴. 아빠 소원은 속으로 빌어야지. 초나 부세요.’
‘하하. 그래그래.’
동영상이 끝나자 정민이 말했다.
“암인 걸 알기 전 생일 영상이래요. 저렇게 건강해 보이는 분이 3년 뒤에 돌아가셨대요. 저 때가 가족들이 기억하는 건강한 마지막 모습이라 저 모습대로 영상을 만들어달라고 딸이 의뢰했어요.”
“굉장히 화목해 보이는데 또 AI 복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보통 가정불화가 있다거나 후회나 미련이 남은 분들이 의뢰하실 것 같아서요.”
정민이 영수의 말에 습관처럼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음……. 과정이 어떻든 결과는 똑같아요. 화목했던 불행했던 후회나 미련은 남을 수밖에 없거든요. 아무리 잘해줬어도 못 해준 거만 기억나고, 못해줬던 사람들은 또 잘해줄 걸 후회하고. 인간은 복잡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