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살아있다.

6편

by 김초인

*

현숙은 감았던 두 눈을 반쯤 뜬 채로, 얼핏 보면 낮잠에서 깬 것 같은 나른해 보이는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숙은 눈을 두어 번 느리게 깜빡이고는 오른쪽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간이 의자에 앉아 불안하게 현숙의 반응을 살피던 소현이 현숙의 작은 움직임에 놀라 몸을 굳혔다. 현숙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채 소현이 말했다.

“간호사 선생님 불러올게.”

현숙이 소현의 목소리에 눈동자만 움직여 소현을 바라보았다. 소현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반걸음 물러났다. 현숙이 갈라진 목소리로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소현아. 이리와 봐.”

소현이 뒤로 물렸던 발을 조심스럽게 다시 앞으로 하며 현숙에게 다가갔다.

“많이 놀랐지?”

소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현이가 이해해줘. 엄마가 아파서 그래. 엄마가 정말 너무 많이 아파서…….”

소현이 속으로만 물었다. ‘엄만 언제까지 아프기만 할 거야? 이럴 바엔 차라리…….’

“소현이는 이해하지? 이해할 거야. 엄마가 이렇게 아픈 이유가…….”

소현이 현숙의 말이 끝나기 전 빠르게 등을 돌려 병실 밖으로 나왔다. 병실 밖으로 나와 문을 닫는 순간 소현은 자신도 모르게 참고 있었던 숨을 몰아쉬었다. 소현은 순간적으로 무력하게 누워있는 현숙의 입을 자기가 막아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상상만으로도 소현은 명치가 아플 정도로 심장이 뛰었다. 소현이 양손을 모아쥐고 가슴께에 올렸다. 소현이 중얼거렸다.

“이럴 거면 그냥……. 그냥…….”

소현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에 놀라 가슴께에 두었던 양손을 입으로 가져가 막았다. 소현이 생각을 떨쳐내려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야, 아니야.’ 연신 웅얼거렸다. 그 옆을 바쁘게 지나가던 간호사 한 명이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은색 명찰에는 ‘간호사 이진아’라고 적혀있었다.

“어머니 깨어나셨어요?”

“네.”

“아, 담당 선생님께 전해드릴게요.”

소현이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아가 발걸음을 옮기려다 멈추고 다시 뒤를 돌아 소현을 바라보았다. 진아는 괜찮은지 물어보려다 이내 괜한 참견 같다는 생각에 다시 소현에게 등을 돌리고 걸어갔다. 진아가 간호사실에 들어가며 말했다.

“이현숙 환자분 다시 의식 찾았대요. 박교수님 진료 가능해요?”

“지금은 바쁠걸? 일단 전달은 해놓을게. 아, 참. 이젠 유튜버들도 앞에 쫙 깔렸대.”

“유튜버요?”

“응. 유튜버. 병원 앞이 난리야. 아주.”

“유튜버들은 왜 온 거래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간호사가 진아에게 바짝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왜긴 왜겠어. 지금 사회적으로 엄청 큰 이슈잖아. 뭐라도 하나 찍으려고 왔겠지. 기자들이랑 자리싸움하고 소리 지르고 장난 아니래. 다 한때지 뭐. 한 일주일만 지나봐.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질걸.”

진아는 병실 앞에서 스치듯이 봤던 소현의 모습을 잠시 떠올리고는 말했다.

“참, 이현숙 환자 딸도 많이 어려 보이던데 다른 보호자는 없는 거예요?”

“유튜브 보니까 남편도 있다는데 이혼하고 아예 연락도 안 하고 살았다나 봐. 안 그래도 병원에서도 몇 차례 연락했는데 안 받았다는 거 같던데?”

진아가 놀라서 물었다.

“유튜브요?”

“뭘 놀라. 이미 신상 다 떴어.”

“아니, 그걸… 어떻게 알고 그렇게 영상으로…….”

“모르지. 사는 아파트랑 이런 거 다 떴던데.”

진아가 황당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물었다.

“그럼 그, 이현숙 환자 딸 신상도 퍼진 거예요?”

“그렇다니까. 학교까지 다 떴어.”

“저분들은 어떻게 보면 피해자인데 왜, 그래도 되는 거예요?”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중요하니. 사람들 이목만 끌면 되는 세상이잖아. 근데 왜 네가 이렇게 열을 내냐.”

“아니, 아직 학생이고 많이 어린데…….”

“아이고, 오지랖도 넓다. 여하튼 우리는 그냥 조용히만 있으면 돼. 치료 잘해주고 입 닫고. 끝.”

진아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는 간호사의 얼굴을 황당하게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끊임없이 울려대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진아가 화면에 빠르게 올라가는 메시지 미리보기 창을 멍하기 바라보았다.

‘대박. 지금 병원 경비아저씨랑 어떤 미친놈이랑 싸움났음ㅋㅋ’

‘헐ㅋㅋㅋㅋㅋ’

‘퇴근해야 하는데 개짜증나. 기자들이랑 유튜버들이 병원에서 나가는 사람들 붙잡고 안 놔준대;;’

‘아 오바야!! 우린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고ㅠ’

진아가 어지러운 듯이 한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진아가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자 동료 간호사 한 명이 말했다.

“근데 그 이현숙 환자 딸, 걔는 동생 두고 도망쳤다나 봐.”

또 다른 간호사가 말했다.

“어, 저도 그 영상 봤어요. 그 원래는 그 미친놈이 언니 보고 달려왔다가 도망가니까 넘어진 동생을 공격했다는 거!”

새로운 가십거리에 신이 난 듯 말하는 동료 간호사를 보고 진아가 자신도 모르게 발끈해서 말했다.

“다 헛소문 아니에요? 그런 거 함부로 믿으시면 안 돼요.”

“아니야. 강현철이 직접 얘기 한 거라는데?”

“네? 강현철이요?”

“응. 그 놈도 인터뷰했대.”

“네? 누구랑요?”

“잘 모르겠는데. 유튜브에서 봤어,”

*

“어지럽거나 구토를 할 것 같은 느낌은 없어요?”

“네.”

“멍하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것도 없고요?”

“네.”

의사가 구부정한 자세로 현숙을 면밀하게 살핀 후 말했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무리하지 마시고 회복하는 것에 집중하세요. 지금 당장 이상이 없다고 해도 후에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으니 꼭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얘기하시고요.”

현숙이 천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의사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검진 때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병실을 나갔다. 그 뒤를 따라 나가던 간호사 한 명이 소현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병실 한구석에 가만히 서 있던 소현이 그 손짓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병실 밖으로 따라 나갔다. 간호사를 따라 현숙의 주치의인 박교수의 진료실로 들어갔다. 여전히 소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교수를 마주 앉았다. 박교수가 자신의 자리에서 모니터를 보고는 몇 차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다른 보호자는 영 없어요?”

소현이 순간 ‘아빠’라는 존재를 떠올렸다가 이내 ‘없어요.’ 작게 답했다. 소현의 답에 박교수가 피곤하다는 듯 오른손으로 두 눈을 비비며 말했다.

“이현숙 환자는 신체적인 상처나, 그러니까 외상 같은 건 눈에 띄진 않아요. 솔직히 일찍 발견되어 후유증도 크게 남을 것 같지도 않고요. 그런데 그, 멘탈 부분은 치료를 받아야 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소현이 의사의 말에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증으로 왔다는 거거든. 조만간 신경정신과 교수 한 분이 진료를 봐줄 거에요.”

소현이 여전히 말없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박교수가 잠시 소현을 응시하다가 한숨을 쉬고는 물었다.

“학생은 좀 괜찮아요?”

소현이 박교수의 물음에 아주 잠깐 박교수의 얼굴을 올려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박교수는 무언가 말하려고 여러 번 입술을 들썩이다 결국 ‘그래요.’ 하고는 소현에게 나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박교수의 진료실을 나와 현숙의 병실로 돌아가며 머리와 가슴에 소용돌이치는 생각들을 모두 음소거 시키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머리를 뽑아내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 소현은 그저 모든 게 원망스러웠다. 이런 상황에 자신을 혼자 던져 놓은 아빠도, 오로지 머릿속에 동생 생각뿐인 엄마도, 이 모든 원흉을 만든 강현철도……. 아니 어쩌면 제일 원망스러운 건 자기 자신이라고 소현이 생각했다. ‘차라리 그때 내가 당했더라면 괜찮았을까?’ 소현이 자문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소현이 현숙의 병실 앞에 다다를 때까지 답을 내리지 못하다 이내 병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병실 앞 의자에 앉아 머리를 감싸 안았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소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현이 잠시 숨을 고르다 문득 영수의 말이 떠올랐다.

‘괜찮아질 거야. 소현아.’

소현이 영수의 목소리와 말투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질 거야.”

소현은 영수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을 좋아했다. 3년 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다. ‘넌 아무 잘못이 없어.’라고 바라봐주는 눈빛. ‘넌 착한 아이야.’라고 말하는 그 눈빛. 소현은 자신을 향한 영수의 부드럽고 따듯한 시선을 떠올리면 어딘가 마음이 차분해졌다. 한동안 머리를 감싸 안고 있던 소현이 짧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잊고 있던 핸드폰이 생각났다. 영수에게 엄마도, 자신도 괜찮다고 메시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한 소현이 자신의 교복 주머니를 더듬거리다가 영수를 만난 후 돌아오는 길에 책가방 안에 넣어두었던 게 생각나 현숙의 병실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소현이 발걸음 소리를 죽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소현은 늘 현숙 앞에서는 죄인이 된 느낌이었기에 언제나 모든 행동을 조심했다. 현숙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하는 것이 소현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었다. 소현이 들어갔을 때 현숙은 앉은 채로 병실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숙이 몸은 여전히 창 쪽으로 둔 채 고개만 돌려 소현을 바라보고 말했다.

“무슨 얘기 하고 왔어?”

소현이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답을 찾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소현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 크게 한숨 쉬고는 현숙이 작게 말했다.

“됐다. 내가 무슨 대답을 듣겠다고.”

소현이 현숙의 반응에 크게 위축된 채 작게 말했다.

“일찍 발견돼서… 후유증 없을 거라고….”

“됐다고. 말 안 해도 돼.”

현숙이 여전히 소현을 바라보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소현이 어깨를 한껏 움츠린 채 간이의자 위에 있는 책가방 쪽으로 다가갔다.

“넌 엄마가 살아나서 좋으니?”

현숙이 차갑게 물었다. 소현이 책가방을 열며 반 박자 느리게 답했다.

“응.”

“그러겠지.”

소현이 책가방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현숙과 거리를 둔 채 의자에 앉았다. 핸드폰은 이미 방전되어 켜지지 않았다. 소현이 현숙에게 들리지 않을 한숨을 쉬고는 핸드폰을 교복 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한동안 멍하게 앉아있던 현숙이 물었다.

“아빠한테는 연락해봤니?”

“응.”

“근데?”

“어?”

“근데 왜 없냐고.”

소현은 다시 한번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한 채 불안하게 손을 쥐었다. 이번에도 대답을 잠시 기다리는 듯 말없이 창밖만 보던 현숙이 코웃음을 치고는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러면 그렇지. 그 인간이 그렇지.”

소현이 혹시 숨소리라도 들릴까 가빠지는 숨을 아주 작게 내쉬고 들이키며 호흡을 조절하려 애썼다. 현숙이 다시 고개를 돌리고 한껏 움츠러든 소현에게 물었다.

“혹시 엄마 핸드폰 어딨는지 아니?”

“그거, 경찰이 가져갔다고 들었어.”

현숙이 크게 한숨을 쉬고 다시 물었다.

“그럼 네 핸드폰 줘봐.”

“내 건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충전해야 해.”

현숙이 소현의 대답을 듣고는 전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싸늘하게 말했다.

“근데 충전 안 하고 멍하니 뭐 하는 거야?”

“어, 충전기가 없어서……. 지금 사 오려고 했어.”

현숙이 소현에게서 다시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빨리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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