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三

by 김문수

눈가는 칙칙하게 멀어지며 잠식해 가고
바들거리는 손목은 멈출 길이 없어 보입니다
나침반의 투명한 반구형 유리 덮개를 보면
나의 얼굴이 비치는 것 같으면서도
이유모르게 당신으로 변해 가길래
가슴이 답답하여 뚜껑을 탁, 닫았습니다

당신은 한 번쯤이라도 본 적이 있을까요
해변가에 밀려 온 난파선의 잔해를 말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만들어 낸 것일지도
아니면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래사장을 걸어가다가 조개껍데기를 밟았을 때
모든 것들이 그저 평온하게 보였기에

유성우가 떨어지는 날에 우리는 역시 해변에
얼음이 든 칵테일을 한 잔씩 들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 잔에 들은 것의 맛이 더이상 느껴지질 않네요
바늘은 어느 날부터엔가 다시 돌아가더랍니다
어딜 가나 나만을 쫓는 이상한 물건이 되었어요
더이상 무언가 찾는 것을 포기한 듯이 말입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