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번 나무의 가지가 썩어 잘라 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정상까지는 올라오지 말아 달라는 공문이 나오자 사람들은 하나같이 화를 내기 일쑤였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었으나 소수였으므로, 사실상 전체가 반대하는 듯했다. 나중에 저 걸린 수많은 치장품-우리에게는 한낱 물건들이지만 나무에 달리기에는 치장일 것이다-들을 전부 떼어 내는 날도 왔으면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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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주 만에 컨테이너 박스를 다시 찾아갔다. 분위기는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너는 사 주, 대충 한 달 사이에 두 번의 교통사고를 냈다. 면허를 한 번에 따내고 편하게 운전하는 자의 모습이 작년쯤부터 보이지 않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껏 녹슨 컨테이너의 문고리를 돌렸다. -끼익- 하는 소리만 나지 열리지는 않았다. 허리춤에 손을 짚고 생각해 보니, 이러고 있을 이유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오직 나의 정체 모를 예감에 의한 것이기만 했다. 어차피 얼마 뒤에 이곳에 등산로가 만들어질 것이므로-그래, 나는 정말 풀숲을 헤치고 올랐다-저 직육면체 쇳덩이는 사라질 터였다. 집 주변에 달리 운송할 방법도 없었다. 빠르게 포기하든지 빠르게 활용법을 찾든지 해야 했다. 영양가 없는 행동일 것이라 느껴지면 가차 없이 손을 떼는 것이 내 방식이었다. 고민을 거듭하는 것이다. 하루살이가 푸드덕거리며 연약히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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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한쪽 다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나로서는 감은 지 얼마나 되었는진 모르지만 약간의 노란빛이 맴도는 것을 보아 그리 짧은 시간이 지난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너는 괜찮다고 말했다. 알고 있다며 응수했다. 너는 역시 나답다는 듯 웃었다.
왜 웃어.
그냥.
그냥?
어, 그냥.
이유 없이 웃는다, 나쁘지 않았다. 아마 정말 내 예상대로였다면 상당히 정이 떨어졌을 것이다. 철저히 사랑이랄 게 없었다. 비극이니 뭐니가 아니라 그냥 우리의 관계가 이랬다. 약간의 공감이라도 해 준 적이 있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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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이다. 나는 쓸데없는 행동을 여러 가지 했다. 앉았다 일어섰다가 집을 한 바퀴 돌고 물을 따랐다 버리고 물을 틀었다가 끄고…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눕기도 했다.
온몸이 묶여 꼼작도 하지 못하는 처지의 죄수 같았다. 이런 젠장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얎단 말이야. 왜 내가 이러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대학생 시절, 동경하던 선배가 드디어 깨달았다며 투신한 적이 있었으므로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기억에서 거의 잊힌 지 오래지만 이렇게 축 늘어지는 날이면 그가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다.
잊어야지.
더 이상 지루해하는 것도 지루해질 무렵, 아직도 밥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마지막 식사는 어제 오후 한 시, 지금은 오후 아홉 시이므로 장장 서른한 시간을 공복으로 지냈으나 배가 고프지 않았다. 단순히 밥을 먹지 않은 게 전부였다. 이 역시 단념할 수밖에는 없다. 습하디 습한 방의 공기 무게가 나를 짓누르는 듯했다. 육중한 기체를 밀어내고 가볍게만 있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