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액자

by 김문수

거울에 비친 액자는
귀퉁이가 약간 삭아
벨트를 잘 두르지 못하고
흑백의 잔상으로 남아 있다

그런 작은 기록으로나마 있는
사진은 웃고 있다
무엇이 그리 부끄러웠는지
유리 덮개는 먼지가 많아
닦기에도 힘들어 보인다

거울이 이런 것을 원했던가
설령 칙칙한 하늘을 마주하여
그 탁한 비에 젖어 갈 일이 있어도
당신은 이런 것을 원한 건가
차마 속을 꺼내지 못해
인화된 조그만 세상으로 남은 건가

-이리 좀 와 보시오 당신
당신은 언제부터 그리 됐는가
저기 당신이 보이지 않는가
거울에 들어가 두드리는 것이
당신 액자가 아니던가

-아마 그랬을 것이며
빠져나오기에 유리는 차갑고
빠져나가기에 시간이 아깝소이다
자네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겠네

거울, 액자
액자, 거울…
하늘이 푸르르다고 해서
이것들까지 푸르지는 않다
그 넓은 하늘이 이 좁은 것을 품지 않는다
무심하기도 하지 아마 못하는 것이려나

당신은 말이다
이리저리 낡아 버린 그 벨트를 풀고
자유로워진 허리를 잡아
틀을 뜯어
박차고 오르리라고는 하지 못 한다
거울, 액자, 거울, 다시, 액자
액자, 거울, 액자, 액자, 당신,
그리고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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