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의 악필 편지
소설을 공부하는 분이 글쓰기가 두렵다고 고백하는 마음이 어쩐지 저는 이해가 갑니다. 처음으로 독자에게 답장을 쓰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제 마음에도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토록 진지하게 고민하는 당신에게 제가 좋은 답장을 쓸 수 있을까, 설혹 제가 경솔하게 타인의 치부를 가르고 난도질해 대중 앞에 드러내진 않을까… 그것이 제 두려움입니다.
그런데 두려움 그 자체보다, 글을 쓰는 일이 내게 맞는지 고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수많은 생각과 감정 중 두려움이란 것을 발견했고, 그 두려움을 인정했다는 것이에요. 바라보기 아주 버겁고 힘든 감정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용기를 내어 두려움을 마주하기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소설을 계속 쓰라거나 관두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결국 우리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타인이고, 당신의 세계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신이니까요.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려움을 마주하는 당신은 용감한 사람이에요. 당신이 그 두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두려워하는 당신의 옆자리에 그 누구보다도 당신이 있어준다면 좋겠어요.
감정을 소화해낼 때 우리는 성숙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외면한 감정은 성숙의 매개가 아닌 상처로 남기 쉽습니다. 그리고 오래 된 상처는 곪아 버리기도 하지요. 저는 이 두려움을 우리가 잘 소화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두려움을 소화하는 일은 어설프고 힘들겠죠. 젖을 떼고 처음 밥을 먹기 시작한 아이가 된 기분일 거예요. 그러나 우리는 이제 밥을 먹는 걸 두려워하지는 않잖아요?
글을 쓰는 동료로서 저는 당신이 좋은 작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언젠간 당신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다면 더 좋겠죠. 그러나 어느 날 제가 당신을 만난다면, 저는 아마 당신의 손에 펜이 쥐어져 있는지보다는 당신의 얼굴이 웃고 있는지를 먼저 살필 것 같습니다. 두려움 앞에 함께 선 사람으로서, 저는 당신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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