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의 악필 편지
우울한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미안하다는 말은 당신의 우울함의 표현을 제가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뜻으로 들려요. 그렇다면 당신의 우울함은 나쁜 감정인 걸까요? 우울함이 나쁜 감정이라면 좋은 감정은 뭘까요? 우울함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당신의 감정의 주인은 당신이에요. 우울함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당신이에요. 우울함이 주는 고통으로 어쩔 줄 모르는 당신에게는 이 이야기가 뜬구름 잡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우울함의 주인은 당신이에요. 당신이 당신의 것에 대해 조금 의연했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일부인 우울함을 당신이 책임지고 잘 다룰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건 우울함이 당신의 주인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녹은 쇠에서 나오나 그 쇠를 먹지요.¹ 쇠는 결국 녹이 슬겠지만, 그 녹이 언제 어떻게 스며드는지는 주인의 손길에 달렸습니다. 우리가 쇠와 같다는 걸 슬퍼하지는 마세요.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잘 다루고 쓸 줄 안다면, 훌륭하게 쓰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당신의 우울함을, 당신의 녹자국을 당당히 여기길 바라요. 언젠간 녹이 슬 우리의 존재를 긍정할 수 있길 바라요. 녹이 스는 것을 두려워하고 녹자국을 부끄러워하는 당신의 모습마저도 긍정할 수 있기를 바라요. 우리는 쇠이고 쓰일 것이고 녹슬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을 당신이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럴 때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서 의연해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녹슮과 쓰임은 결국 떼놓을 수 없는 것이니까요. 나의 쓰임 앞에서 녹슮을 생각할 때 겸손해질 수 있을 것이고, 나의 녹슮 앞에서 쓰임을 생각할 때 당당해질 수 있겠죠. 그러니 당신 자신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세요. 언젠간 녹슬 나를 사랑해, 라고.
¹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 : 무소유(법정, 범우사, 1999, p.95)에서 인용했습니다. 원문은 법구경의 구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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