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회사를 그만두고 F가 되어간다.

Free도 아니고, Failed도 아닌, 나의 낯선 시작에 대하여 01

by 날다

#01. 퇴근이 아닌 퇴사


단순한 순간의 선택이 아니었다.

오히려 깊고 깊은 그리고 아주 오래된 생각이었다.

꽤 오래전부터 사내게시판에 올라오는 누군가의 사직명령을 볼 때마다,

입밖으로는 차마 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늘 외쳤다.

"부럽다"


시작은 그랬다.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모든 사람들의 삶에 "잠시 멈춤"이라는 신호가 들어왔다.

그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 중 하나가 항공업계였다.

나 역시 그 안에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삶은 멈춤이 아니라

과중한 업무 속으로 나를 더 깊게 끌어들였다.


모두가 휴업을 하고 출근인원을 제한하고 재택근무를 했지만

나는 모든 과정에서 예외의 대상이었다.


비행기(飛行機) : 공중으로 떠서 날아다니는 항공기 _ 표준국어대사전


근데 코로나는 그 날갯짓을 막았다.


심지어 인력은 줄어 있었다.

누군가는 휴업을 했고, 누군가는 떠났다.

남겨진 우리는 그들의 몫도 감당해야 했다.

매일이 야근이었다. 매일이 전쟁이었다.


이 사태는 금방 끝이 날 줄 알았다.

그러나 코로나는 끝도 없이 길어졌다.

그만큼 나의 일도, 감정도, 지침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


모든 이들의 삶과 생활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만큼은 아니었다.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쉬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20년이 넘는 기나긴 회사생활을 멈추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나의 시간은 시작되었다.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회사 문을 나섰다.

생각만큼 짜릿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퇴근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 누구도 퇴사 이후의 삶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을.


사람들의 질문은 늘 한결같았다.

"왜 그만두었어?"

그러나 정말로 필요했던 질문은

"그 이후는 어땠어?" 이었어야 했다.


그렇다.

퇴사는 끝이 아니었다.

낯선 나와 만나는 낯선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문을 나서기 전까지

아무도 그것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나 자신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