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부터 독립 : 경제적 자립을 넘어, 정신적 자기결정권의 이야기
당신은 부모로부터의 진짜 독립을 해냈다고 생각하나요?
독립이란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태극기 휘날리며 일제에 맞선 독립투사들, 혹은 영국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한 13개 식민지의 미국 독립 전쟁이 떠오를지 모른다.
우리가 떠올리는 독립은 언제나 치열한 투쟁과 결단의 순간이다.
獨立, 홀로 설 수 있다는 말.
그러나 나라의 독립이 총칼과 희생을 요구했듯, 부모로부터의 독립도 고요한 내면의 전쟁을 필요로 한다.
성인이 된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부모라는 그림자에서 스스로를 떼어내야 한다.
이 독립은 단순히 자취를 하고 월급을 받는 일이 아니다.
내 삶의 주권을 되찾는 일,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이다.
이 때의 독립은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 혹은 보호해주거나 종속되어 있던 존재로부터의 분리를 말한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년간 고군분투하며 깊이 고민했던 주제이기에, 이제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우선 당신에게 질문을 하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독립은 무엇인가?
뒷부분까지 읽은 후 작가의 생각과 당신의 생각을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인간은 시기별로 다양한 독립을 경험하게 된다.
우선, 아빠의 정자가 열심히 수영하여 승리를 쟁취한다. 이 기쁨으로 포태된 태아가 엄마의 자궁으로부터 빠져나오면서 독립의 대서사가 시작된다.
이 글에서 다룰 부모(혹은 상응하는 존재)로부터의 독립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20대 이후 성년기부터 이뤄나가는 독립이다. 또한 크게 3개의 카테고리로 독립의 종류는 나누어 본다.
- 경제/물리적 독립
- 심리/정서적 독립
- 정신적 자기 결정권 독립
학생의 신분을 벗고 취업, 창업, 프리랜싱 등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누군가에게 용돈을 받으며 물질적인 기생을 하던 존재가 어엿하게 혼자의 힘으로 경제활동을하며 내 한몸을 건사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우연히 연봉 변화 추이를 조회해보았다. 졸업 후 육군 장교로 첫 직장 생활을 하였던 "소위"때의 당시 소득은 연 2800만원 수준이었다. 큰 돈은 아니었지만, 적금을 들며 뿌듯해했다.
또한, 부모에게 기대어 정서적으로 외로움과 불안함을 기대어 채우지 않는 것이 정서적인 독립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부모와 처음 떨어져서 살던 고등학생 시절에는 왠지 모를 외로움과 불안함을 느꼈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부모로부터의 정서적인 연결감이 조금씩 거리감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부모와 많은 대화를 하며 의견을 나누며 친하게 지내는 사람을 참 부러워하기도 하고 이상형의 조건으로 봤다.
하지만 20대 후반부터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스스로 돈 벌어 자취하고, 혼자 있어도 크게 외롭지 않은 상태가 독립의 완성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정한 독립은 그 다음 단계에 있다. 바로 '정신적 자기 결정권'의 독립이다.
언제부터인가 가장 중요해진 것은 그 다음 단계이다. 이는 정신적 자기결정권의 독립이다.
나름 명명하기 위해 이름을 붙여보니 좀 거창해 보인다.
자의나 타의에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형성된 생각과 가치관들을 전면적으로 뒤엎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스로 당연하게 생각해온 가치관, 태도, 습관, 무의식이 알고 보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느 시점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이다. 이런 부분들 중에서 삶을 불편하게 하거나 힘들게 하는 부분들을 짚어내고 깰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25살 대학생 이씨는 종종 여자친구와 다툴 때, 자신도 모르게 경멸하는 눈빛을 하거나, 상대를 탓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과거 자신이 보고 자란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무의식적으로 답습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 그는 다툴 때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이 수준의 독립은 많은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서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혹은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다. 나이든 중년에도 강력한 아버지의 그늘에서 입김에 복종하는 자식들도 있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독립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방어기제"의 개념과 연결된다. 내면의 어린 아이가 과거에 상처를 받으며 형성 된다. 방어기제는 다시금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만들어진 무의식적인 방어 전략이다. 그러한 방어기제들이 삶에 도움이 되거나 성숙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미성숙한 모습으로 나타나 스스로를 가두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김대리는 끝없이 더 좋은 스펙을 추구하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그는 명문대 출신이 아니다. 이 사실이 열등감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가 되어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잘 짚어보니, 그 열등감은 사실 그의 어머니가 평소 김대리에게 했던 말에서 기인했다. 그 열망과 아쉬움은 그의 어머니의 것이지 실상 김대리의 것은 아니었다.
부모로부터 정신적 자기결정권의 독립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혹시 이 외에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의견을 나눠주세요.
1. 우선, 자신의 행동, 생각, 무의식에 대해서 의심을 하는 것이다.
당연한 것, 원래 그런 것이라고 단정 짓지 말자.
2. 다음은 스스로를 면밀하게 관찰 하는 것이다.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조용하게 들여다보고 관찰을 해본다. 내가 마주친 감정이나 무의식을 관찰하고, 그 감정을 불러온 생각을 관찰하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와 과거 경험을 관찰해 본다. 관찰을 통해 원인과 연결고리를 알아가게 된다.
3. 그 다음에는, 구분 짓기를 한다.
"나"와 "부모님"사이의 경계를 긋고,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를 구분한다. 당연하게 여겨온 생각들이 사실은 부모님의 생각일 수 있고, 또 부모님을 그분들의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생각일 수 있다.
또한, "과거의 나"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던 문제가 "현재의 나"에게는 살짝 따끔한 정도의 문제일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스스를 인정해주고 토닥여주고 필요한 부분들은 바꿔나간다.
생각해보니 역사 속 '독립'은 언제나 투쟁과 희생을 동반했다.
부모로부터의 독립도 다르지 않다.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아프고, 때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그 투쟁 끝에서야 우리는 비로소 부모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누군가의 자식'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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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말이 많아졌다> 시리즈는 상담실에서 마주한 감정의 조각들을 꺼내어 쓰는 기록입니다.
연애, 자아, 가족, 군대—삶의 여러 장면 속 감정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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