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진 자리의 호흡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에도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의자들이 접히는 소리,
멀어지는 발걸음,
아이의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나면
관중석은 금세
조용해진다.
그 조용함 속에서
나는 네 생각을 한다.
아까 네가
넘어질 뻔했던 순간,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나던 표정,
마지막까지
발을 멈추지 않던 모습.
경기장에서는
내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앉아 있었지만
사실은
숨을 고르고 있었어.
네가 뛰는 동안
나는
너 대신 뛰지 못하는 마음을
붙들고 있었거든.
사람들이 다 떠난 자리에는
의자만 남아 있다.
텅 빈 것 같지만
그 자리는
절대 비어 있지 않다.
그 의자 위에는
네 하루가 올라앉아 있었고,
그 하루를
끝까지 지켜보려던
엄마의 마음도
함께 남아 있다.
엄마는
항상 네 곁에 먼저 서지 않는다.
앞서 걷지도 않고,
뒤에서 밀지도 않는다.
그저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네가 스스로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을 뿐이야.
네가 넘어지면
달려가고 싶지만,
네가 울면
먼저 안아주고 싶지만,
엄마는
네가 일어설 시간을
조금 더 믿어보려 한다.
그게
엄마가 배운
사랑의 모양이야.
비워진 관중석에서
나는 깨닫는다.
네가 뛰는 시간만큼
엄마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걸.
네가 버티는 하루만큼
엄마도
버티고 있다는 걸.
오늘 경기는 끝났지만
너의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그리고
엄마의 시간도
네 옆에서
같이 흐른다.
관중석이 비워진 뒤에야
나는 천천히 일어난다.
너에게 건넬 말은
많지 않다.
잘했다는 말도,
아쉬웠다는 말도
오늘은 굳이 하지 않을게.
대신
같은 속도로
네 옆을 걸을게.
네가 커서
이 글을 읽는 날이 온다면
기억해 줘.
엄마는
항상
네 바로 곁에 있지 않았지만
늘
네 편이었다는 걸.
오늘도
비워진 관중석에서
엄마는
너를 믿는 연습을 한다.
— 하루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