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구간

① 그만두고 싶다는 말

by 해온


뽀얗던 도복 바지가
어느새 회색에 가까워졌다.
그만큼 쉬지 않고
훈련을 해왔다는 증거였다.
세탁을 해도
완전히 돌아오지 않는 색을 보며
이 시간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는 걸
나는 알았다.
시합 때마다
이번에는 메달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아이의 어두운 얼굴과
짧은 한숨으로
조금씩 바뀌어 갔다.
기대는
말로 꺼내지지 않았지만
눈빛과 표정 사이에
자꾸만 남았다.
작은 아이의 꿈마저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잦은 부상과
쉼 없는 훈련에
지친 게 분명했다.
몸보다 먼저
마음이 먼저
멈춰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날은
운동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온갖 핑계를 대며
오늘만은
쉬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나는 그 단호함을
애써 외면했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힘들다고,
그만두겠다고 하면
“그동안 수고했어”라고 말하며
웃으며 안아주고 싶었다.
그때의 나는
그 말이
쉽게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그 말을 들은 나는
아이보다
한없이 나약했다.
그만두고 싶다는
한마디에
세상을 잃은 것처럼
눈물이 차올랐다.
아이의 선택이 아니라
내가 함께 걸어온 시간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 눈물을
애써 삼켰다.
아이 앞에서는
아무 일 없는 얼굴을 유지한 채
숨을 고르고
말을 골랐다.
그리고 말했다.
“너 혼자
1년 운동한 게 아니야.”
이 말은
아이를 붙잡기 위한 말이었을까,
아니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우리 가족은
다 같이
1년을 운동했다.
새벽의 이동도,
기다림의 시간도,
기대와 실망도
함께 지나왔다.
그래서 나는
지금
멈춰 있는 이 구간 앞에서
선뜻
뒤돌아서지 못한다.
아직은
놓아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해버렸다.
아이의 하루는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고,
나는 그 하루 앞에서
처음으로
확신 없이 서 있었다.
이것은
결정이 아니라
멈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