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아무 일도 없던 하루에 남은 여백
저녁이 되었는데도
집 안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식탁 위에는
막 차린 밥이 놓여 있었고
아이의 의자는
비어 있었다.
나는 잠시
그 의자를 바라보다가
괜히 물컵을
한 번 더 옮겼다.
그날 하루도
특별한 일은 없었다.
늘 그렇듯
아이를 보내고
집을 정리하고
저녁을 준비했다.
그런데도
마음 어딘가에
작은 틈이 남아 있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는
마음이 자주 생략된다.
괜찮다는 말로 넘어가고,
알겠다는 말로 덮어두며
침묵이 먼저 앞선다.
아이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지만
나는 그걸
보지 못한 척했다.
지금 꺼내면
더 길어질 것 같았고,
오늘은
그냥 지나가고 싶었다.
가족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기대가 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말일수록
자꾸 뒤로 미루게 된다.
말하지 않아서
마음은 오히려
더 커진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여백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정적이 흐르면
그 침묵이
견디기 힘들었던 날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시간들이
오히려 그립다.
생각해 보면
여백은
단지 조용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의 일상,
식구들의 일상 안을
천천히 살피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없던 하루 속에
분명히 남아 있던
그 여백을
오늘은
조용히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