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의 기록 ④

결과를 묻지 않는 연습

by 해온



시합이 끝나고
아이가 내려오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묻는다.
“어땠어?”
“잘했어?”
나는 그 질문을
삼키는 연습을 했다.
결과를 묻는 순간,
아이의 하루가
점수로 접히는 것 같아서였다.
대신 나는 말한다.
“왔네.”
그 말에는
어떤 평가도 없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아쉬웠는지, 다행이었는지도 없다.
그냥 돌아왔다는
사실만 남는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도망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침묵은
도망이 아니었다.
아이의 하루를
아이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결과를 묻지 않자
아이의 말이 조금씩 달라졌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고
정리하지 않아도 되었다.
말하고 싶을 때만 말했고
말하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 모든 날이
아이의 하루였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하루를 평가하지 않는 것,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같은 속도로 걸어주는 것뿐이었다.
관중석에서
나는 오늘도
결과를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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