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의 기록⑤

엄마는 늘 가장 늦게 운다

by 해온


집에 도착하면
아이는 먼저 씻고
방으로 들어간다.
가방을 내려놓고
도복을 벗어두는
순서까지 늘 같다.
그 모습이 보이면
그제야
하루가 끝났다는 걸 안다.
나는 그다음에 운다.
아이가 없는 자리에서,
하루가 전부 지나간 뒤에.
시합이 있는 날에도,
아무 일 없는 날에도
엄마는 늘
가장 늦게 운다.
아이 앞에서는
울어야 할 이유가
정리되지 않아서다.
괜찮다고 말할 때도
괜찮지 않은 마음이 남아 있고,
잘했다고 말할 때도
그 말이 혹시
짐이 되지는 않을지
잠깐 더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아이 앞에서
감정을 처리하지 않는다.
아이의 하루를
내 감정으로 덮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울음은
미뤄둔 감정이다.
참았던 말,
하지 않은 질문,
결과를 묻지 않은 선택들.
그 모든 것이
늦은 시간에
조용히 도착한다.
아이의 불이 꺼진 방에서
나는 잠시 서 있다가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울음을 꺼낸다.
그렇게 하고 나면
다음 날을 시작할 수 있다.
다시 관중석에 앉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