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틴다는 말이 쉬워 보일 때
사람들은 가끔 말한다.
“그래도 잘 버텨오셨어요.”
그 말은 위로에 가깝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지는 않는다.
버틴다는 말이
너무 쉽게 쓰일 때가 있어서다.
버팀에는
손뼉 칠 장면이 없다.
결과도 없고
드러나는 변화도 없다.
그날을 그냥 넘겼다는
사실만 남는다.
아이의 시합이 있던 날도
없던 날도
나는 특별히 잘한 일이 없다.
다만 무너지지 않았고,
그 하루를
끝까지 지나왔다.
그걸 두고
버텼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말은 아마
아무도 보지 않는 쪽을
향해 있어야 한다.
버팀은
의지가 아니라
습관에 가깝다.
결심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다.
그래서 나는
버텼다는 말을
스스로에게도 쉽게 쓰지 않는다.
대신 기록한다.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지나왔다고.
아이의 하루가 끝나고
불이 꺼진 방에서
나는 다시 관중석에 앉는다.
오늘을 평가하지 않고
지나간 시간을
정리하지도 않는다.
버틴 하루는
그 자체로 남는다.
설명 없이,
조용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