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 인턴이 되다 1화
결국 그날이 오고 말았다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날이
우리는 어릴 때부터 늘 어딘가에 속해있다.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 하다 못해 재수생도 재수학원이라는 곳에서 소속감을 느낀다. (참고로 나는 아름다운 20살에 재수생이었다) 그래서 대학교 졸업과 함께 처음으로 인생에서 소속감을 잃는 취준 시기는 생각보다 큰 어색함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소속감을 잃은 상태는 어색함과 동시에 묘한 설렘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취준생 특유의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좋았다. 약간의 스트레스는 분명 있었지만, 비교적 제한적이었던 대학생 신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롭게 무언가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설렜다. 회사 선택부터 자소서 작성까지 모든 곳에 나의 손길이 닿았다. 내가 한 선택이 100%로 나의 미래에 반영된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시기였기에 놀랍게도 난 이때 살아있음을 느꼈다.
이런 내가 가고 싶은 길은 마케팅 직무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성인까지의 경험이 켜켜이 쌓여 마케팅 직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기에 고등학교 때부터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고등학생 때 나는 공부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예체능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생 때는 배우라는 직업을 희망하며 연기를 준비했었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계기는 매우 확실했다. 고등학교 때 방송부 동아리 활동을 했던 것이 시발점이었다. 고등학교 방송부는 1년에 한 번씩 방송제라는 것을 하는데 이때 방학 동안 촬영해뒀던 드라마를 보여주기도 하고 1시간 정도 무대에서 연극을 진행하기도 한다. 당시 나는 오디션을 통해 연극의 주인공을 맡게 되었다. 주인공인 탓에 대사의 양이 굉장히 많았고 해당 연극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새벽에 학교를 가는 날도, 저녁 늦게 집에 가는 날도 많았다. 연기를 하는 것이 너무 재밌었기에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리허설과 연기 연습 끝에 진행한 방송제 당일의 연극 무대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많은 무대 조명과 모든 관객들의 시선이 나를 향하던 그 날,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신기한 감정을 느꼈다.
'너무 설레서 토할 것 같아'
사람이 너무 설레면 심장이 몸 바깥으로 튀어나와 토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그날 나는 1시간의 연기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다짐했다. '배우가 되어야겠다'
부모님께 연기를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다행히도 부모님은 나의 결정을 응원해주셨다. 그 후 연기를 배우면서 느낀 것은 '사람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연기는 사람들을 한순간에 내가 처한 상황에 빠져들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었다. (여담으로 내가 어릴 때 재밌게 봤던 드라마는 '피노키오' 였다. 그 당시 박신혜 배우님과 이종석 배우님의 연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드라마를 보며 배우들의 연기에 너무 몰입해서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이처럼 배우들의 연기는 한 사람의 미래 직업을 바꿀 만큼 꽤나 위험하다)
다양한 이유로 연기를 그만둔 후에도 사람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내 마음 속에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리고 20대의 어느 날, 특정 인스타툰 을 통해 25만 도달 수의 콘텐츠를 만들어낸 나는 다시 한번 방송제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너무 설레서 토할 것 같아'
내가 제작한 콘텐츠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로 사람을 설득하는 일을 주로 하는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당시에는 마케팅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콘텐츠 마케팅에 관심이 있었다)
그렇게 신입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인턴을 통해 마케팅을 찍먹해보고 싶었던 나는 하이에나처럼 마케팅 인턴 직무 공고를 찾기 시작했다.
: <홍연, 인턴이 되다> 시리즈는 글로벌 마케팅 인턴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홍연툰도 https://www.instagram.com/red.yeon_/ 연재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