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러 번의 면접을 보면서 느낀 것

홍연, 인턴이 되다 2화

by 홍연
요즘 인턴은 금턴이라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신입으로 들어가기 전 인턴을 통해 마케팅을 찍먹하기로 결정했던 내가 매일같이 했던 걱정이었다. 특히 마케팅 인턴은 매우 치열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운이 좋게 여러 번의 면접 기회를 얻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면접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참고로 놀랍게도 나는 면접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한 경험에 대해 상대방이 어떤 점을 궁금해하는지 듣는 것과 나를 중심으로 질문이 들어오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면접이 아니면 언제 또 내가 이런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면접을 유퀴즈 인터뷰라고 생각하고 임하는 편이다. (아참 그래서 다대다 면접보다는 다대일 면접을 선호한다)


그리고 면접에서 면접관님들이 어떤 질문을 하시는지에 따라 그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고민해본다.


특히 나를 당황시키는 날카로운 질문이나
꼬리 질문을 하시는 면접관님을 좋아한다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치열하게 '왜'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마케터라면 지원자가 지원했을 때 그 사람의 경험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날카로운 질문들을 이어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날카로운 질문을 들을 때 '저런 질문을 하시는 분 밑에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주로 들었다.


한 번은 면접을 보는 데 면접관님이 차분하고 침착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면접관님이 하시는 질문들이 날카롭지 않고 일반적이라고 느껴졌다. 꼬리 질문이 없지는 않았지만 날카롭지 않은 꼬리 질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이야기했을 때 면접관님께서 빠르게 수긍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내 대답이 정말 맞아서일까? 아니면 그냥 포기하신 걸까?'하는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특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면접관님에게 질문을 드릴 수 있는 시간에,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해서 아쉬움을 느꼈다. 결론적으로는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입사 포기를 결정했다. (글에서는 담담하게 쓰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이 결정이 맞는지 100번 정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또 다른 면접에서는 면접관님과 1시간 30분 동안 면접을 보게 되었다. 1시간 30분이라는 면접 시간 안내를 받았을 때는 '설마 1시간 30분 내내 면접을 보겠어' 하는 생각이었는데, 놀랍게도 1시간 30분을 꽉 채운 면접을 보게 되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1시간 30분이 정말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면접의 분위기가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면접관님이 꼬리 질문을 매우 좋아하셨는데, 그 꼬리 질문이 꽤나 날카롭다고 느껴져서 단순히 면접을 보는 게 아니라 내가 했던 경험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자리라고 느껴졌다. 면접을 하면서 '내가 한 경험인데 왜 면접관님의 질문처럼 그 정도까지 고민하지 못했지?' 하는 생각을 주로 했다. 특히 기억나는 장면은 면접관님께서 어떤 질문을 하셨는데 내가 답을 잘 몰라서 "A인 것 같습니다"라고 했더니, 면접관님께서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라"라고 하시면서 또 질문을 하셨다. 그래서 내가 "B인 것 같습니다"라고 했는데, 면접관님께서 또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라"라고 하셔서 계속 고민했던 때가 떠오른다. 도저히 답을 모르겠어서 면접 당시 내 얼굴은 매우 상기되고 혼란스러운 상태였지만, 이 생각 하나만은 확실했다.


저 면접관님 밑에서 일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면접 내내 날카로운 질문들이 많아서 손을 달달달 떨며 물을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긴장을 많이 했지만, 동시에 설레기도 했던 이상한 감정이 들었던 면접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면접관님께 질문을 드리는 자리에서 원하는 답을 들으면서 다시 한 번 면접관님 밑에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내가 드린 질문 중 하나는 "마케터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일반적인 질문이었다. (다른 면접에서는 좀 더 특이한 질문을 했던 것 같은데, 이 면접에서는 이런 일반적인 질문에 대한 면접관님만의 답을 듣고 싶었다) 면접관님의 답변은 "마케터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숫자를 보는 눈인 것 같아요. 숫자를 보지 못하고 기획만 하면 그건 마케터가 아니라 창의적인 예술가가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였다. 면접관님의 답변에는 그분만의 확고한 생각이 묻어 있었는데, 그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인지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 라는 질문에 나는 냅다 "다음 주부터 바로 가능합니다" 라는 열정적인 대답을 하기도 했다. (참고로 첫 면접에서 같은 질문을 받고 합격 시그널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이 질문을 들을 때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보통 면접을 보고 나면 언니에게 카톡을 하는데, 그날은 유독 흥분해서 회사 앞에서 20분 동안 언니에게 카톡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메일함에 메일이 도착했다.


"최종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내가 일하고 싶었던 회사에서 온 최종 합격 통보였다.


다음 편에 계속

: <홍연, 인턴이 되다> 시리즈는 글로벌 마케팅 인턴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홍연툰도 https://www.instagram.com/red.yeon_/ 연재하고 있어요!

keyword
이전 01화그래서 마케팅이 왜 하고 싶은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