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 인턴이 되다 3화
회사는 정말 가기 싫은 곳일까?
회사에 입사하기 전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문이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보면 회사를 가기 싫어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서 나에게도 회사가 당연히 가기 싫은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입사 전 나의 최고 우선순위는 워라벨이었기에, 회사는 내게 잔잔한 존재가 될거라고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 달리, 막상 회사를 들어가 보니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가 시켜서라기보다는, 우리 서비스가 정말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열정이 느껴졌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그 서비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나도 그들의 열정에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그 길을 걷게 되었다. 자발적으로 늦게까지 일하기도 했고, 자율성이 주어지는 업무에서는 추가적으로 어떤 일을 하면 더 좋을지를 혼자 고민해보기도 했다.
글로벌 진출 초기 멤버였기에 감사하게 인턴임에도 불구하고 오너십을 가지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해볼 수 있었다. 물론 처음이라 서툰 점도 많았다.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나는 내가 생각보다 성장에 대한 갈증이 매우 심하다는 것을 느꼈다. 인턴 기간 내내 더 배우고 싶고, 더 잘하고 싶고, 더 성장하고 싶었다. 성장에 대한 욕구가 너무 커서 신입이 아닌 인턴이라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주어진 업무는 정규직과 비슷했지만 회사의 장기적인 목표에 내가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다)
성장에 대한 갈증은 이상한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퇴근 시간을 확인하지 않아도 정신없이 몰입해서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회사에 가고 싶어서 재택 근무 날에도 회사에 몇 번 간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에 가기 싫다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하루도 없었고, 일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주말에도 추가적으로 일을 했다. "어! 내일 월요일이네. 회사 가는 날이다"라고 주말마다 신나게 외치던 나를 언니가 경멸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기억도 난다.
이러한 현상이 이상했던 이유는 인턴 입사 전에는 내가 잔잔한 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큰 욕심 없이 칼퇴하면서 워라벨을 우선순위로 삼아 회사를 다니는 것이 목표였다. 게다가 프리랜서를 하며 나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회사를 다니고 보니, 내가 잔잔한 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다. 만약 인턴을 하지 않고 바로 신입으로 뛰어들었다면, 나는 아마 잔잔한 일을 하는 회사에 들어가고 후회했을 것이다. 그 생각만 하면 조금 아찔하기도 하다. 그래서 누군가 "인턴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무조건 "하세요"라고 대답하고 싶다. 직장인의 자아를 가져보기 전과 후는 생각보다 꽤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때 성장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턴 입사 초반에는 성장을 '일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이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치열하게 "왜"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성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배울 점이 있는 분이 옆에 있을 때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처럼 인턴을 하면서 몰랐던 나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충격적인 발견은 (근데 이제 나만 충격적인)
내향적인 내가 생각보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INFJ인 나는 내향적인 인간으로 원래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INFJ의 특징 중 하나가 약속이 취소되면 기뻐한다는 것처럼, 나도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내가 사람들과 함께 점심 먹는 시간을 좋아하고, 회의하는 것을 굉장히 즐긴다는 사실은 나에게도 놀라운 발견이었다.
다만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사람 앞에는 수식어가 필요하다. 나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 큰 도파민을 느꼈던 것이다. 내향형 인간이지만,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있는 모임은 365일 내내 참여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하게도 내가 일했던 팀에는 좋은 동료 분들이 많았다. 덕분에 많은 자극을 받았고, 나도 덩달아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은 그분들의 열정의 원동력이 너무 궁금하기도 했다. 배울 점이 많은 동료들의 자극이 크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내 직장 우선순위에는 좋은 동료가 포함되었다. (인턴을 하면서 회사에 대한 기준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내 모습에 한숨을 쉬기도 했다) 또한, 팀 내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적으로 사람들이 좋다고 느껴져서 타 부서 사람들과 미팅을 할 때마다 설렘을 느끼기도 했다. (이 회사를 다니면서 '세상에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많았다니'를 여러 번 외쳤던 기억이 난다)
인턴 후 나는 정말 많이 달라져 있었다. 회사에 대한 생각도, 일을 대하는 자세도, 직장을 선택할 때의 우선순위도. 인턴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나중에야 알게 되었을 것들을 꽤 빨리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인턴이 끝난 후 면접을 봤을 때, 면접관님 한 분이 나에게 "홍연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을 주셨고
나는 "일은 몰랐던 저의 모습을 발견해주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라고 답변했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 일을 하면서 나의 새로운 면들을 얼마나 발견하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 <홍연, 인턴이 되다> 시리즈는 글로벌 마케팅 인턴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홍연툰도 https://www.instagram.com/red.yeon_/ 연재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