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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함이 너를 살릴 거야

홍연, 인턴이 되다 4화

by 홍연
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과거를 질겅질겅 씹어서
배울 점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회고가 습관화된 사람이다. 과거를 자주 돌아보며 배울 점을 찾는다. 무언가를 다 알아냈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경험도 한 살 더 먹고 다시 보면 새롭게 깨닫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과거는 더더욱 돌아봐야 한다. 과거를 묻어두고 그냥 넘어가면 그 과거는 실패가 되지만, 과거를 씹고 또 씹으면 그 과거는 실패가 아니라 넥스트 액션을 위한 아주 좋은 도구가 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한 발짝 떨어져서 나의 경험들을 멀리서 보면 꽤나 일관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과거를 다듬으며 이 순간을 알아차릴 때 짜릿함을 느낀다.


이처럼 모든 경험은 나의 회고를 거친다. 그리고 이런 개인적인 회고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남이 해주는 날카로운 피드백은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인턴을 하며 리더님께 다양한 질 좋은(?)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었다.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수습 리뷰를 진행하게 된다. 6개월 인턴이었기에 두 번의 수습 리뷰를 진행했다. 수습 리뷰에서는 내가 잘한 점과 부족했던 점을 솔직하게 듣게 된다.


첫 수습 리뷰 때 들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INFJ에게 피드백이란 거의 자기 전에 늘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아직 학생같다는 느낌이 강해요. 하지만 회사는 돈을 받고 일을 하기 위해
모인 곳이잖아요. 그러니깐 더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가지고
업무에 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들었을 당시 나는 약간의 멍함을 느꼈다. 마음 속에서는 두 개의 자아가 충돌했다. 하나는 '그렇지, 회사는 그런 곳이니까 더 노력해야지'라는 생각과 다른 하나는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학생 같다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니었다.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리더님께서 말씀해주신 여러 근거와 함께 나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들였고, 그 뒤로 행동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외에도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피드백을 많이 들었는데, 이는 너무 개인적이라 생략하려 한다.


한 번은 수습리뷰를 진행하며 리더님께 고민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고 리더님께서 이런 대답을 해주셨다.


"회사에서의 자아와 개인적인 자아를 구별하는 것이 좋아요.
개인적인 자아는 어떤 말을 들었을 때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회사에서의 자아는 타격을 받아 힘들어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해요"


이런 면에 있어서 회사에서는 T의 성향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다행히도 나는 T의 성향을 꽤나 가지고 있다. 모두에게 나를 INFJ라고 소개하긴 했지만, 나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냉정하고 칼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이다. 그리고 맞는 말이다. (특히 관계에 있어서 매우 칼같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남에게 나의 강점에 대한 피드백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주어진 것 이상을 해내는 것, 숫자에 강하다는 것 등을 이야기해주셨다. 그리고 퇴사할 무렵, 리더님께서는 나의 강점을 "Grit"이라고 표현해주셨다.


비슷한 맥락이지만, 나는 나의 강점을 집요함이라고 생각한다. 집요함은 내가 선택한 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에서 나왔다. 내가 꿈꾸는 길이 있으면 반드시 그것을 이루고 싶다. 이루고 싶다는 것을 넘어서 그렇게 무조건 되게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 집요함도 계속된 실패만 있었다면 절대 나의 강점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강점이 된 데는 계기가 있었다. 한창 실패만 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 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옆에 계신 분이 나에게 해주셨던 이야기가 있다.


"너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그런데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하면,
나중에 또 노력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네 노력을 의심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성공해야 해"


맞는 말이었다. 그 분의 이야기처럼 이번에 실패하면 나중에 노력하는게 무서워질까봐 겁이 났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무조건 성공시켜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덕분에 그때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서 꾸준히 노력하는 집요함의 근육을 기르게 되었다. 나의 삶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신 부모님께서도 늘 하시는 이야기가 있다. "그 집요함이 너를 살릴거야."


그래서인지 요즘은 "집요함"이라는 단어가 좋다.


다음 편에 계속

: <홍연, 인턴이 되다> 시리즈는 글로벌 마케팅 인턴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홍연툰도 https://www.instagram.com/red.yeon_/ 연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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