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 인턴이 되다 5화
예측 불가능한 것을 좋아한다
마케팅과 글로벌이 왜 좋았냐고 물어보면 그 대답은 모두 "예측 불가능해서요" 이다.
글로벌 마케팅 인턴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마케팅이 좋았던 이유는 꽤나 간단했다. 연기를 통해 사람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에 큰 매력을 느꼈고 비록 직업의 형태는 다르지만, 마케팅 직무도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마케팅에 대한 나의 생각도 점점 구체화되어갔다.
나는 마케팅이 예측 불가능해서 좋다
인터넷에서 마케팅 전략을 검색하면 다양한 성공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이를 그대로 내 업무에 적용한다고 해서 동일한 결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현재 성공적인 마케팅 방법이라 여겼던 것도 1년 후에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마케팅 트렌드가 매주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정함을 좋아하는 스스로가 가끔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마케팅은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는 점에서 내가 가진 부지런함과 열정을 가장 잘 그리고 재미있게 발휘할 수 있는 직무라고 느꼈다.
이와 똑같은 대답으로,
글로벌도 예측 불가능해서 좋다
내가 인턴으로 일했던 회사는 글로벌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단계에 있었다. 덕분에 글로벌 진출 초기 멤버로 활동하며 다양한 미지의 세계들을 경험했다. 솔직히 말하면, 업무를 수행할 때마다 막막했다. 분명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개선이 더디게 이루어지는 것 같아 불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이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은 인지가 된 상태랄까..)
그러나 동시에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설렘이 더 크게 다가왔다. 해외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아, 내가 내딛는 모든 걸음이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글로벌 직무에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고객의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그 새로움, 무엇이 통할지 모르는 그 설렘의 초반을 함께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어떤 서비스의 처음을 경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에 내가 한 경험은 더더욱 소중했다.
글로벌 직무의 재미는 부딪힐수록 느낌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물음표가 더 많아지는 데 있다
모든 것이 물음표였기에 6개월동안 나의 뇌는 회사의 서비스에 아주 쫙 절여져있었다. 낮에도 퇴근 후에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를 매일 같이 고민했다. 퇴사할 즈음에도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로 가득했다. (느낌표의 순간을 하나라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퇴사할 때 아쉽다고 느껴졌다)
이처럼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거나 일을 할 때 재미가 1순위라면, 글로벌 직무를 강력히 추천한다. 나의 경우 마케팅 부서와 사업 부서에 동시에 속해 있어 마케팅 실행 계획 뿐만 아니라 사업 개발 실행 계획에도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 옆에서 다양한 동료 분들을 지켜본 결과 사업이나 퍼포먼스 마케팅 분야의 길을 걷게 된다면, 국내 보다는 글로벌 직무가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테스트의 개미지옥에 빠지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일할 때 더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며, 그 발견 과정에서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글로벌 직무에 장점만 있었느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았다. 일단 글로벌 마케팅을 하게 되면 영어로 긴 호흡의 글을 쓸 일이 자주 생기게 되는데,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나) 꽤나 당황스러운 날들이 반복될 것이다. 긴 영어 텍스트를 쓰며 괴로웠던 날들이 정말 많았다. 언어 장벽을 느끼며 한국어처럼 자유롭게 문장을 구사하지 못하는 것이 매우 답답했다. 광고 카피를 작성할 때만 해도 내가 가지고 있는 나만의 특유의 감성을 살릴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특히 해외 기업들과 영어로 소통을 하다 보면 가끔은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들도 있었다.
한국말로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테크니컬한 부분을 영어로 소통하니
대화가 산으로 가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시차가 다르기 때문에 대화가 자꾸 끊긴다는 것도 아쉬웠다. 시차 이야기가 나와서 떠오르는 일화가 하나 있다. 한 번은 어떤 해외 기업과 오전 9시에 구글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시간에 맞춰 준비했지만 결국 상대방이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이메일로 이유를 물어보니, 하루가 지난 다음 날 (시차 때문에 내가 이메일을 보냈을 당시에는 이미 퇴근을 하신 것 같았다) 그저 까먹었다며 다시 약속을 잡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내 표정은 ??? 였다)
그리고 글로벌 직무다 보니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아서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느껴졌다. (특히 신입이라면 글로벌 직무는 우대사항에 해외 거주 경험이 있을 정도로 영어 실력이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글로벌 직무를 직접 경험해보니 이 직무는 업무적인 역량보다도 언어가 1순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가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세상에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열심히 공부해도 외국에서 살다온 친구들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종종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건 콘텐츠 마케팅을 할 때 특히 더 느꼈다. 콘텐츠 마케팅은 콘텐츠로 사람을 설득하는 일인데, 콘텐츠에 들어갈 영어 텍스트를 작성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느꼈기에 그 설득 과정이 국내보다 훨씬 더 도전적이었다.
물론 힘들었던 만큼 분명히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길게 봤을 때 나의 마케팅적인 역량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무대는 글로벌이 아닌 국내라고 생각이 들어
인턴 이후의 다음 스텝은 국내로 정하게 되었다
그래도 "글로벌 짱!"이라고 외치며 훈훈하게 마무리 해보려고 한다.
: <홍연, 인턴이 되다> 시리즈는 글로벌 마케팅 인턴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홍연툰도 https://www.instagram.com/red.yeon_/ 연재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