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번외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lㅡQuestion Oct 29. 2023

순례자의 길 이후의 삶_번외 편

봉사 모임의 김장 봉사

나는 순례자의 길에서 공동체의 중요성을 느껴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기 때문에, 한국에 온 뒤 봉사동아리에 가입하고자 했다. 봉사동아리를 알아보던 중 어떤 봉사동아리는 사이비 종교와 관련되어 있다는 낭설을 들어 쉽게 가입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대학교 선배로부터 같이 봉사를 하러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봉사에 참여했다.


참여의사를 밝힌 뒤 장소를 물었다.


하남시청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소망의 집이었다.


카카오맵에 검색해 보니, 의정부에서 하남시청역까지 지하철로 2시간 걸렸다.


설상가상 봉사 이틀 전 어향가지를 만들다가 손가락을 베어버렸다...

하지만 매년 집에서 김장을 하는 나는 김장에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파도 봉사활동에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하남시청역에서 선배를 만난 뒤 차를 타고 소망의 집으로 향했다. 소망의 집으로 가는 길에 쓰러져있는 건물이 보였다. 형은 그 건물이 원래 보육원으로 사용하던 건물이었지만, 작년 호우로 인해 무너졌고, 아직 철거비용이 없어 철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줬다. 그 건물을 지나니 곧 보육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총 천 포기 중 오늘은 200 포기를 담을 예정이다.

쪽파 다듬기로 김장을 시작했다.

쪽파를 다듬고 난 뒤, 생강과 마늘, 채 썬 무를 갈았다. 나는 왜 무를 가는지 궁금했다.

집에서 김장을 할 때 무를 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물어보지 않아도 설명해 주셨다.


보육원생들은 지체장애 경도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씹지 않고 음식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재료를 갈아 넣는 것이다. 하지만 쑥갓과 같은 채소는 믹서기로 갈아 넣을 수 없다고 하셨다. 채소를 갈아 넣으면 그 맛과 향이 변질되어 구역질을 하기 때문이었다.

재료의 특성을 생각하여 원생들이 최대한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요리를 만드시는 원장님과 실장님의 모습을 보며, 단순한 직업이 아닌 사명감을 갖고 계시다고 느꼈다.

김장 속을 만든 뒤 버무리기 시작했다.

다른 단체에서도 도와주러 오셔서 200 포기를 금방 담을 수 있었다.

배추를 버무릴 때 한 보육원 아이가 나왔다. 아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너무 귀여웠다.

김장을 하면서 먹는 수육은 꿀맛이었다.

비듬나물과 진미채 또한 정말 맛있었다.


소망의 집은 원생의 건강을 위해 한 번 낸 음식을 다시 반찬통에 담지 않았다. 그 많은 나물과 고기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집이 가까웠으면 손도 안된 나물들을 포장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었지만, 날이 너무 더워 집 가는 길에 나물이 상할까 봐 음식들이 버려지는 모습을 아깝다는 생각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뒷정리까지 마친 뒤, 집에 가는 길에 나를 김장봉사에 초대한 형이 말했다.


"깨끗한 보육원 실내, 피부가 좋은 원생의 모습은 원장님께서 얼마나 진심을 다해 보육원을 운영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데,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지하철역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다른 봉사자분들과도 이야기할 수 있었다. 다들 단체에 속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단체에서 모집하는지 상관없이 가능한 시간과 장소라면 봉사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삶의 한 부분을 "타인에 대한 배려"로 채우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