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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주 Feb 15. 2021

군인인지 공무원인지 모를 국방부 근무

홍보활동지침과 주한미군 관련 사업을 주 임무로…

1981년 11월 결혼과 거의 동시에 국방부 ‘파견’에서 ‘전속’으로 전환되면서 군인인지 일반 공무원인지 모를 사복 출퇴근은 계속됐다. 이후 1984년 3월 전역할 때까지 2년여 동안 수행한 주 업무는 정훈홍보활동지침 작성과 주한미군 관련 오리엔테이션 사업이었다.

홍보활동지침은 매월 국방부 직할부대와 육·해·공군 본부 등을 통해 예하 부대에까지 시달되는 문건으로 장병 교육 및 대외활동의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해당 월의 주요 이슈를 다루는 게 보통이었는데 제5공화국 출범 초기였던 만큼 정치적 사안도 한두 개쯤은 늘 포함됐다.     

국방부 재직 중 겪은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는 1983년 10월 9일 버마(현재의 미얀마)에서 발생한 아웅산 폭탄 테러사건이었다. 대통령 암살을 노린 북한의 소행이었기에 당연히 당월 홍보활동지침의 톱 아이템으로 다룬 듯. 

북괴(당시엔 ‘북한 괴뢰’라는 이런 표현을 썼다)의 호전성과 이에 대한 전 세계적 비난 여론을 부각시키고 대북 경계에 만전을 기하라는 등의 지침을 작성한 것으로 기억된다. 돌이켜보면 하나 마나 한 얘기인데, 원칙론은 재차 강조하고 또 되풀이하는 게 군의 속성 아닌가. 당시 이 사안을 배제했다면 젊은 중위의 불순한 의도로 간주돼 보안사 수사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주한미군 관련 홍보사업의 공식 명칭은 국방부 오리엔테이션 투어(Ministrty of National Defense Orientation Tour)였다. 약칭 엠엔디투어(MND Tour), 또는 한미친선활동으로 불린 이 사업은 매년 봄과 가을 총 13차례에 걸쳐 한국에 신규 배속된 미군 장교와 부사관 일정 인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일종의 1일 견학 프로그램. 

국립현충원 참배와 국방부 방문으로 시작해 워커힐호텔 가야금극장의 디너쇼를 끝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디너쇼 출연진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수준이었는데, 가야금극장이 외국인 무희들의 토플리스(topless:상반신 노출)가 허용된 국내 유일의 장소라는 게 호텔 관계자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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