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련 문화·예술 분야의 만사형통 키워드
제5공화국 군사정권 등장 초기 국방 문화·예술 분야의 모든 길은 ‘호국(護國)’으로 통했다. 누구의 아이디어로, 어떤 연유로 이 단어가 무대 전면에 등장했는지 말단(?) 중위로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시 국방부가 주도하거나 지원하는 주요 행사·사업의 명칭에 ‘호국’이라는 단어는 늘 등장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국가를 수호한다’는 준엄한 의미를 정권 차원의 상징조작(Symbolic Manipulation) 키워드로 사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1982년쯤인가, 국군의 날을 기념해 KBS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주최하고 국방부와 문공부 등이 지원한 행사는 ‘호국예술제’였다. 또 국방부 주요 사업의 하나로 역사 속 주요 국란 극복 모습 등을 그림으로 남기는 작업을 했는데, 그 그림의 명칭이 ‘호국기록화’였다. 병영 내에 배포되던 ‘정훈’이라는 잡지 겸 교육자료는 제5공화국 출범 후 제호가 한때 ‘호국’으로 바뀌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런 ‘호국’ 관련 제반 국방부 업무는 내가 근무하던 정훈국 문화홍보과가 전담 부서였다. 나는 한미친선활동 등 주 임무 외에는 이런저런 프로젝트에 ‘깍두기 역할’밖에 못 했던지라 유감스럽게도 관련 사진 자료 등은 확보해둔 게 거의 없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당시 본격적으로 널리 통용되기 시작한 ‘호국’이라는 단어는 곳곳에 뿌리박고 있었다. ‘국립00호국원’ ‘00호국평화기념관’ ‘호국성지 000’ ‘나라사랑호국예술제’ ‘호국영령추모음악회’ ‘호국미술대전’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