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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주 Mar 19. 2021

‘전투적 리더십’에 무슨 팔로워십…?

선후·상하가 없는 뫼비우스의 띠

새천년 들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지도자는 누구일까. 물론 리더십의 종류와 영향력이 미치는 영역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개별 조직의 지도자 모두를 동일 잣대로 비교·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리더십의 우열은 결국 공동체가 추구하는 목표의 성취도로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고 보면 구성원이 공감하는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 최우선적으로 꼽힐 것은 틀림없다.

사회 각 분야의 대상자를 선정해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가정할 경우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최상위 순위 그룹에 꼭 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대한민국 축구팀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일약 4강의 반열에 올려놓은 신화창조의 주역 아닌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국민적 자긍심과 사기를 올려놓은 ‘히딩크 효과’를 수치로 계량화한다면 가위 천문학적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성과를 히딩크 혼자 일궈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전폭적인 행정·재정적 지원과 국민적 관심, 그리고 홈그라운드의 이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히딩크의 탁월한 리더십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리더십(leadership)에 대한 국어사전의 뜻풀이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이다. 통솔력 내지는 지도력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에 대비되는 용어는 팔로워십(followership)이다. 아직 외래어로 정착되지 못해 국어사전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영어사전의 설명은 ‘피지도자, 즉 추종자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이다.

히딩크 체제하의 축구 국가대표팀 예에서 보듯, 어느 조직이든 흥하려면 합리적인 권위를 바탕으로 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건전한 비판의식이 전제된 구성원들의 집합적 팔로워십 역시 뛰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구성원들에게 일방적인 추종만 강요하는 등의 리더십이나 맹목적인 충성심만 발휘하는 등의 팔로워십은 의당 바람직하지 않다. 해당 조직 자체는 물론 그 조직을 품고 있는 더 큰 사회공동체 등을 망치기 십상이다.

1995년 제작된 미국 스릴러 영화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 흥행의 성공 여부를 떠나 학문적 팔로워십 탐구의 대상이 된 영화로 유명하다. 픽션이지만 현실세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팔로워십의 리더십 극복·보완사례로 꼽힌다. 미·러 핵전쟁 촉발 위기상황에서 미 핵잠수함이 러시아 본토 공격을 위해 출동했으나 국방부와의 교신이 두절된다. 이때 함장은 핵미사일 발사를 주장했지만 확실한 명령 없는 발사를 거부한 부함장의 판단이 옳은 것으로 판명된다는 줄거리다. 권위를 앞세운 감각적 리더십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토대로 한 냉철한 팔로워십이 건강한 긴장관계를 형성, 조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끈 것이다.

얘기를 되돌려, 히딩크 리더십의 경우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팔로워십이 긴장관계보다는 건전한 협력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에 빛을 발한 사례로 평가된다. 선수들이 지도자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면서 창의적·효율적으로 추종했기에 히딩크의 리더십이 최상의 효과를 낳고,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가 초과달성된 것이다.

팔로워십의 뒷받침 없는 리더십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훌륭한 리더는 훌륭한 추종자들이 만드는 것이고, 국가지도자와 국민의 관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리더십과 팔로워십은 선후·상하가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상호작용하는 것이지만 굳이 선후를 따지자면 리더십이 먼저다. 지도자의 리더십이 독선으로 일관하는데 이에 맹종하는 국민적 팔로워십은 민주사회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독선의 요소들이 오늘날 대한민국 국가지도자들의 리더십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어 문제다. 국민적 화합과 통합보다는 갈등과 분열, 희망과 기대보다는 좌절과 체념을 조장하는 리더십 아래서 무슨 팔로워십이 발휘되겠는가. 내 편이 아니면 모두 배척과 응징의 대상으로 삼는 국가지도자들의 ‘전투적 리더십’에 합리적·집합적 팔로워십이 작용하기는 불가능하다. 최근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돌아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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