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유혈 진압 등 일련의 ‘무력 과시’를 통해 전두환 신군부가 정권을 잡은 1980년. 수원 제10전투비행단 관제반장으로 배속된 신참 소위에게 그해 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내린 것으로 각인돼 있다. 비행장 내 전투기 교통정리 업무보다는 활주로 눈 치우기와 얼음 깨기에 분주했던 기억이 더 진하기 때문.
공군 기계화 장비와 장병들이 동원된 활주로 얼음 깨기 및 눈 치우기 작업
해가 바뀌었어도 ‘활주로 눈과의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던 1981년 1월 어느 날, 돌연 국방부 10개월 파견 명령이 떨어졌다. “우리 부서에도 음악 좀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던 국방부 정훈국에서 MBC 대학가요제 출신 공군 소위를 일방적으로 차출한 것이었다. ‘전두환 대통령 하명사업’인 새 군가 제작을 위한 필수 인원으로 점찍었는데, 공군본부나 해당 부대장 등의 동의 여부는 별 문제가 안 됐던 것으로 보인다.
공군 제10전투비행단 관제반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이에 따라 다음 달인 2월부터 사복 차림으로 출퇴근하며 정훈국 문화홍보과 파견 업무를 시작했다. 소소한 것들을 제외한 주 임무는 역시 군가 제작사업 참여. 과장(서기관)-사무관-주사로 이어지는 공무원 실무 라인에 현역 소위가 가세, 수개월에 걸쳐 마무리 지은 결과가 ‘멋진 사나이’와 ‘전선을 간다’ 등이다. 이 두 곡은 해가 거듭되면서 장병들의 애창곡으로 자리 잡았는데, 탄생 과정을 지켜본 당사자로서는 모종의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