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을 간다’와 ‘멋진 사나이’ 등 새 군가 제작 결과 보고를 받은 1981년 7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즉각 군가 보급을 위한 영화 제작도 지시했다. 취지는 ‘군·민 일체감 조성’이라고 했던가. 영화 역시 문화공보부와 국방부의 전폭적인 예산 및 병력·물자 등 지원하에 거침없이 추진됐다.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타이틀은 ‘아벤고 공수군단’.
서슬이 시퍼런 권력자의 하명인 만큼 제작진과 출연진도 당대의 특급으로만 구성된 건 당연지사. 대중적 흥행에도 성공하고 주제가도 빅히트를 기록한 ‘빨간 마후라’와 같은 명작을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된다. 이 영화 제작과 관련한 국방부 측의 실무 부서도 역시 정훈국 문화홍보과였는데 영화 지원 업무는 다른 팀원들이 전담했다.
따라서 나의 경우 영화 관련 진행 상황은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세월이 흐르며 흐릿한 기억으로 남았는데, 그 흐릿함을 선명함으로 되살려준 인물이 중앙일보 강주안 논설위원이다. 그는 군사문화 확산 차원에서 제작된 ‘전선을 간다’가 군내 애창곡으로 자리매김한 데 대해 다소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는 나에게서 단서를 얻어 ‘발로 뛴’ 칼럼을 남겼다.
지난 2019년 말 국가기록원 문서까지 찾아내 취재한 강주안 당시 사회 에디터의 칼럼 중 한 대목 ==> ‘제작 정진우, 감독 임권택’에 이대근·남궁원·이영하 등이 출연했다. 빨래판 복근의 신일룡과 톱스타 정윤희의 파격 노출 베드신에선 ‘멋진 사나이’가, 주인공들이 전사하는 클라이맥스에선 ‘전선을 간다’가 흐른다. 2억4500만원을 들여 앤서니 퀸을 출연시키려 했던 기록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