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일부터 한국전기설비규정(KEC)이 개정되어 시행되었다. 그 중에 하나가 전선의 굵기이다. 개정 전에는 주택의 전선이 보통 2.5스퀘어(SQ, Square)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전선의 굵기가 한 치수씩 높아졌다. 기존에 2.5SQ 쓰던 20A에는 4SQ를 써야 한다. 30A에는 6SQ짜리 전선을 써야 한다. 전기를 사용할 때 더 굵은 전선을 사용해서 안전성을 높인 것이다. 그럼, 이전에 지은 건물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그걸 다 고치라고는 할 수 없다. 새로 짓는 건물에서는 높인 규정을 따르라는 것이다.
각 수용가를 방문해서 안전관리를 하는 우리에게는 당장에 불이 떨어졌다. 이걸 지적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다. 판넬을 열어가면서 점검일지에 적자니 일이 너무 많다. 그래도 한번은 지적을 해서 전기 사용자가 알고 있어야 하고, 나중에 건물을 수리하거나 전반적으로 리모델링을 할 때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때가 문제인 것이, 어떤 사람은 순순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말도 꺼내지 말라는 사람도 있다.
㈜명상에 갔을 때다. 농산물을 재포장해서 농협의 하나로마트에 납품하는 회사다. 변압기가 달린 전주를 돌아보고 건물에 들어가 저압을 판넬을 열어서 살폈다. 전기설비규정이 개정되기 전에 지은 건물이라서 20A나 30A짜리 누전차단기에 물린 전선이 모두 2.5SQ다. 그 건물에서 팀장이라는 분에게 알렸다.
“전선 규정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이 전선을 모두 바꾸라고는 할 수 없고, 조심해서 쓰시다가 나중에 건물을 수리할 때는 바뀐 규정으로 바꾸시라는 겁니다. 여기다 적었으니까, 참고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이해하고는 선선히 응한다. 이런 곳은 괜찮은 편이다.
용인에 있는 효성병원에 들렀을 때다. 거기는 한 달에 4번을 가는 곳이다. 지하 변전실이 고압만 보다가, 한층한층 올라가면서, 한번 왔을 때 한층씩만 저압판넬을 보자고 했다. 지하를 보고, 1층을 볼 때는 책임자가 없었다. 청소반장을 앞세워 판넬을 찾아 다녔었다. 그런데 2층에 판넬을 둘러보면서 열화상카메라로 찍어 점검을 하고 싸인을 받았다. 다른 장소로 차를 이동하는데 효성병원 책임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장님, 그러실 수 있어요?”
“왜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니, 왜 나 몰래 2층 판넬을 보고 가요? 왜 지적을 해요?”
“지적을 하는 게 아니라, 지금은 규정이 바뀌었으니까, 기회가 되면 2.5SQ에서 4SQ로 바꾸라는 말씀이지요.”
“청소반장이 점검표를 가지고 와서, 병원 책임자들이 있는 데서, 전기 규정에 안 맞는다고 바꾸라고 했다는데요. 전선에 열이 나는 것을 만져보기도 했다는데요.”
“열화상을 찍어보니까 40˚C가 넘는 데서는 열이 나지요. 그것도 60˚C넘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고, 80˚C가 넘으면 위험한 거지요. 한번씩은 봐야하지 않을까요?”
“또 본다고요?”
“예, 한번은 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그러면 점검회사 바꿔야지, 뭐”
“예? 바꿔요? 아니, 대리님 왜 그러십니까? 내 다음에 갈 때 한번 만나요. 만나서 이야기 해요.”
하고 끊고 다음을 기약한다.
이런 상황이 조부장에게 가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가보다. 종종 부딪힌다. 그럴 때마다 멀리 있는 내게 전화를 한다.
“부장님, 어디 계세요.”
“지금 양평에 와 있어요”
내 구역은 비교적 북쪽에 많다. 용인, 양평, 멀리는 하남까지 갈 때가 있다. 조부장의 구역은 비교적 여주 이하다.
“아이고, 오늘 수용가에 갔는데, 전선이 규정에 비해서 가늘다고 했더니, 지금까지 이상 없이 잘 썼는데, 뭘 그런 걸 지적을 하고 다니느냐고 방방 떠요. 내 참 기가 막혀서....”
“그래서 뭐라고 그랬어요. 나도 그런 경우가 있는데.... 사람들이 지적을 해 주면 고마워해야 하는데, 뭐, 돈 주고 뺨 맞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여기가 그래요. 그래서 난 그랬지요. ‘지적을 하는 건 내 의무다. 고치는 건 당신들 마음대로 해라. 난 잘못된 것을 잘못 됐다고 말 하는 것뿐이다’. 그랬더니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 ‘그럼, 이 전에 왔던 사람은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갔느냐?’ 그래요. 난 그랬지요. ‘그건 그 사람의 일이지, 나는 새로 일을 맡았으니까 내 일을 하는 것뿐이다’, 하고 시비가 붙었어요.”
“그래요? 시비 붙을 것까지는 없는데....”
“한참을 언성을 높이는데, 그의 남편이 왔어요. 남편이 나를 달래더라고요.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가 안돼서 아내가 신경이 날카로워 졌다’는 거예요. 장사가 안 된다고, 날 보고 시비를 걸어요?”
그날도 대표와 조부장이 뒤곁에서 한참을 이야기 했다. 수용가에서 전화가 온 모양이다. 조부장은 또 그랬단다.
“이 일에 제게 안 맞아요. 난 점검표에 빼곡하도록 문제점을 적는데, 수용가 사람들은 내가 적은 걸 받아들이고 고쳐나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야 안전한데, 그렇게 안 해요. 사람들이 지금 당장 듣기 좋은 소리만 듣고 살려고 해요.”
벌써 두 번째다. 여기 안전관리 일이 안 맞아서 그만 두어야겠다고 한 것이 말이다. 서울장일로도 감리확인서를 쓰라고 할 때 파일과 함께 사표를 내 던졌었다. 그런데 대표는 그럴 때마다 조부장을 잡았다. 성장통이라느니, 전기 기술은 되는데 사람 다루는 것이 미흡해서 그렇다느니, 조금만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대표는 조부장을 잡고, 날 내 보낼 생각을 했다. 이유가 기사를 가진 고임금자가 둘이나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지난 금요일 저녁의 대화였다. 나를 공사부로 가라고 했다. 면담을 시작하면서 고속도로로 다니지 말라는 둥, 식비는 식당에서만 사용하라는 둥, 한참을 억압적인 자세로 윽박질렀다. 그래도 난 끄떡도 안 하지 않았다. 난 벌써 대표의 의중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몇 시간 전에 조부장이 대표의 생각을 내게 다 일러 주어서 짐작하고 있었다. 할 말이 없자, 대표가 실실 웃는다. 그걸 보고 내가 조용히, 하지만 힘 있게 말했다.
“왜 사람을 불러 앉혀 놓고 웃어요. 하고자 하는 말을 해 보세요.”
이젠 대표고 뭐고 없다. 날카롭게 따지고 들뿐이다.
“김부장님 공사부로 가십시오.”
“왜 그러시죠?”
“김부장님은 스킬이 부족해서 나한테 자주 전화하고 문자를 하시지 않습니까? 혼자서 일을 해결해나가지 못하시지 않습니까?”
“나는 안전관리를 하러 왔지, 공사를 하러 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8개월 동안 했으니 처음 보다는 많은 경험이 쌓였고, 특히 조부장이 오고부터는 공부를 많이 해서 거의 혼자서 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한번만 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나에게 전화나 문자를 하지 말고 일을 해결하십시오.”
“알겠습니다. 혼자서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면담이 거의 끝나갈 때쯤 내가 물었다. 1년이 다가오면서 퇴직금이 아까워 나를 그 전에 내 보내려한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 여기에 다녔던 사람들도 퇴직금은 안 주려고 사람을 많이 바꾼 다는 소리도 들은 바 있다.
“혹시 나를 공사부로 가라는 것이 나를 내 보내려는 의도는 아닙니까?”
대표가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의도가 맞다. 나를 나가라는 소리구나.
이튿날은 조부장이 태양광 1,000kw짜리 발전소를 두 개를 운영하는 사장과 싸워서, 안전관리자를 바꿔 달라고 했다고, 날 보고 인수를 받으라고 했다. 함께 발전소현장에 갔다. 조부장이 대표에게 전화를 한다.
“대표님, 지금 영하 7도인데요, 발전소 인버터를 켜는데 고려해야할 절차가 있을까요? .... ”
“ .... ”
어라? 저런 걸로 대표와 통화를 한단 말인가? 나는 한 번 더 기회를 주는데, 22,900V 고압을 ‘텅, 텅’ 올리고 내릴 때도 전화를 못하는데? 머리에서 전등불이 ‘확’ 들어왔다.
“이건 아니구나. 그래서는 안 되는 구나. 이건 날 보고 죽으라는 소리구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주말을 지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익힌 기술로 어떻게든 헤쳐 나갈 수 있고, 조부장이 내 편에 서서 무엇이든 묻는 대로 자판기처럼 답을 주니, 든든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이 기회에 나도 한바탕 들어 엎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에 회사로 달려갔다. 사직서를 썼다. 조부장이 대표에게 연락을 해서 대표도 한달음에 달려왔다.
“김부장님,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대표님 말은 지난 금요일에 다 들었지 않습니까? 이제는 내가 답할 테니 기다리세요.”
하고는 사직서를 계속 썼다. 흥분해서 그런지 글씨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알아보기만 하면 됐다. 내가 당장 나가면 내 수용가를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 대표는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는 줄을 모르는 모양이다. 윤석열은 불법적인 계엄선포로 국민의 마음이 이미 떠난 줄을 모르는 모양이다. 엄석대는 아직도 담임선생님이 바뀐 줄 모르는 모양이다.
사 직 서
직급 : 부장
성명 : 김 O O
상기 본인은 아래의 사유로 사직코자합니다.
1. 2024년 12월 6일 17시 40분경 대표와 면담을 하면서 “공사부로 가라고 하는 것은 일을 그만두라고 하는 의미가 아닙니까”하고 물었을 때, “아니요”라고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퇴직시키고자 하는 의사를 확인하였습니다.
2. 2024년 12월 6일 18시 30분 경 면담의 결과는 일을 잘 처리할 기회를 1번 더 주는데, 그 조건이 ‘대표에게 문자나 전화를 하지 않는다’ 였습니다. 그러나 2024년 12월 9일 09시 00분 경 OK 태양광에 인수인계를 받으러 갔을 때, 조부장이 대표에게 전화를 해서 절차를 물어 보는 것을 보고는, 내가 대표에게 문자나 전화를 하지 않고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깨달았습니다. 이에 지금 즉시 사직코자 합니다.
3. 대표가 동료직원에게 ‘이건 비밀로 하세요’하며 내 퇴직을 계획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지금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4. 인수인계사항
① 서울장 시공업자 2024년 12월 10일 오전 9시 30분(서울장)
② 결전아트빌 2024년 12월 11일
2024년 12월 9일 김 O O (인)
대표가 야단이 났다. 내가 지금 당장 그만 두면 내가 맡았던 수용가를 어느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조부장이 그만 둔다면 넉 달 전에 팔을 다치고 사직을 한 안진과장이 지금 당장이라고 투입될 수 있다. 사실 대표가 조부장에게 제의하더란다. 안진과장을 불러서 조부장의 수용가를 다시 맡게 하고, 내가 맡은 것을 조부장이 인수받아 점검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이다. 조부장이 거절했단다.
“그건 김부장님에 대한 배반입니다. 난 그런 일 못합니다. 일을 못하면 못했지, 그런 인간적인 배반은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대표가 나를 내 보내기 위해 수를 썼다. 나는 당장에 그만둔다고 사표를 건네주고, 내가 쓰던 컴퓨터를 켜서 내 개인의 파일을 지웠다.
“부장님, 잠깐만요.”
“왜요? 뭘 잠깐만요. 내 다시 묻겠습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 ‘공사부로 가라는 건 일을 그만 두라는 의미가 아닙니까?’하고 물었을 때, 대표님은 아무 대답도 안 하셨지요? 대답해 보세요.”
“예, 아무 대답도 안 했습니다.”
“그러면 날 내 보내겠다는 의도가 맞지요?”
“예, 맞습니다.”
지금 와서 거짓말을 하거나 변명을 했다가는 내 마음을 돌이킬 수 없을 테니까, 묻는 대로 순순히 자백을 한다.
“나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준다는 조건이 대표님에게 문자도 안 하고 전화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맞아요? 안 맞아요?”
“예, 맞습니다.”
“그런데 내가 오늘 아침에 조부장을 따라 OK태양광에 가서 인수하려고 하니까, 조부장이 대표님에게 전화를 하더라고요. 이렇게 시작했어요. ‘오늘 날씨가 영하 7도인데, 인버터를 올리는데 무슨 절차가 따로 있나요?’ 그 후에는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몰라요. 알 필요도 없고. 내가 그때 깨달았어요. ‘저런 작은 일로 대표와 통화를 하는데, 나는 22,900 볼트를 다루면서 전화도 못하는 구나.’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요. 한 달은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데, 인수인계기간에도 전화를 할 수 없을 테니까, 지금 당장 그만 두는 것입니다. 아시겠어요? 난 지금 갑니다.”
대표는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다. 조부장을 나가 있으라고 할 때 그런 자세였다.
“한 가지 더 말할게요. 나는 사표를 썼으니 그대로 시행하세요. 날 더 귀찮게 하면 여기서 일하는 동안 알게 된 비리를 전부 고발할겁니다. 아시겠어요?”
난 나왔다. 조부장도 자기 때문에 그렇게 일이 크게 벌어진 줄 알고 안절부절이다. 대표가 나를 끌어다가 의자에 앉히더니, 잡고 있고, 조부장이 커피를 타 온다. 드시면서 말씀 좀 하시란다.
“내 한마디 더 할게요. 내 전임자 김명섭부장이 그만 두고 나서 나한테 뭐라고 그러는 줄 알아요? 지금 생각해도 팀장인 이부장이 자기에게 왜 그렇게 대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인사를 하면 인사를 받나, 뭘 물으면 대답을 해 주나, 아는 척도 안 하더래요. 나한테는 안 그런 줄 아세요. 똑같이 했어요. 셋이서 날 왕따를 시키는 겁니다. 그럴 때 내가 뭐라고 그런 줄 아세요? ‘그래 너희들 셋이서 나 하나를 왕따를 시켜? 그러면 나는 너희들 셋을 한꺼번에 왕따를 시키지’ 그러면서 버텨 왔어요. 조부장이 왜 날 그렇게 도운 줄 아세요? 그걸 보고 부당하다고 생각했데요. 세상에 전기를 평생 했다는 사람들이 이제 전기 시작하는 사람이 물으면 당연히 대답을 친절히 해 줘야지..., 기가 막히더래요. 고맙지요. 같은 동료 사이에 불편한 건 얼마든지 견디고 이겨낼 수 있어요. 하지만 대표가 날 필요 없다는데, 남아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만 두는 거니까, 거기다가 전화나 문자도 하지 말라니까, 내 당장 그만 둡니다. 나 갑니다.”
“아이고, 부장님....”
대표는 한사코 잡는 걸, 나중에 전화 하겠다고 하고는 팔을 뿌리쳤다. 내일 출근을 하더라도 지금은 버릇을 단단히 들여야겠다고 집으로 왔다.
짧은 겨울 해가 아직 중천인데 집으로 들어왔다. 마침 아내가 집에 있다.
“사표 던지고 왔어.”
“잘했어. 지금 이 나이에 스트레스 받고 일할 필요가 있어? 잘 했어. 어서 와.”
아내가 반긴다.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아내도 대충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아내가 하는 일을 들어서 알고 있다. 저녁을 먹고 둘이 손잡고 설봉공원 산책도 했다. 길이 미끄러워 둘이 팔짱을 껴야 안전했다. 호수를 두 바퀴 돌았다. 내가 전화를 한다고 했으니, 그 전까지는 날 더 귀찮게 하지 말라고 했으니, 대표는 똥줄이 타도 내게 전화도 못하고 있다. 대신 조부장이 전화를 두 번이나 한다.
“부장님이 그만 두면 나도 못 있어요. 내가 대표에게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전화를 드려서 화를 풀어드리라고 할게요. 내일 봬요. 제발....”
8시는 되어서 내가 먼저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대표님, 내가 8개월 동안 하던 일을 이런 식으로 끝내기는 .....”
“예, 부장님, 제발 내일 출근하세요. 지난 금요일에 드렸던 말씀을 부장님이 오해를 하셔서 그래요.”
“오해가 아닌 것 같은데요.”
맨 정신으로는 견디기 힘들었는지, 벌써 술이 취해 혀가 꼬부라진 걸, 억지로 펴는 모양이다.
“예, 맞아요. 제가 잘 못했습니다. 제가 사과드릴게요. 그럼 내일 나오시는 줄 알고 있겠습니다. 내일 오셔서 악수 한번 하고, 차 한 잔 같이 드시고, 우리 손잡고 다시 일해 봐요. 아시겠지요?”
“예, 알겠어요. 내일 갈게요.”
조부장에게도 전화를 했다. 이렇게 일단락 됐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했다가, 토요일에 1차 탄핵표결이 무산 된 후에, 2차 표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걸린 시간과 똑같이, 조부장의 퇴직도 이루어졌다. 대표가 계획한 일이다. 나를 내보내지 못하니까, 조부장을 내보내기로 한 모양이다. 비교적 고임금을 주는 사람 둘을 둘 필요가 있느냐고, 둘 중 하나를 자르려고 오래전부터 마음먹고 있었던 모양이다. 수용가와 다투고 나서 안전관리자를 나로 바꾼다고 인수인계를 하라고 하고 나서도 태양광 사장이 불만을 표하는 모양이다. 전화로 녹음한 내용을 들려주더란다. 몇 번을 그만두겠다고 했으니, 이번에 그만 두라고 압박을 한 모양이다. 이번에도 불법해고는 아니란다. 실업급여는 타지 못하도록 유도했을 것이다.
국회 앞에서는 국민이 윤석열을 물리쳤다. 국민이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