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나에게 하면 되는 거였다.
큰아이가 올해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
나는 매일 아이에게 수첩 속에 편지를 적어서 필통에 넣어준다.
긴 글은 아니지만,
수첩 속 편지내용은
대충,
우리 딸, 넌 충분히 잘하고 있고 기특하다.
못하고 서툰 건 당연한 거다.
넌 1학년이니까,
엄마는 네가 뭘 잘할 때만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
그러니 뭘 하든 엄마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우리 딸의 "존재 자체"를 사랑해.
아낌없이 사랑을 퍼붓는 말을 해준다..
.
.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바쁜 나의 엄마가 그렇게 틈내서 어린 딸과 교환일기를 써가며 날 키웠고,
내가 뭘 하든 날 응원해 주는 절대적인 지지자였다..
.
.
세상을 40년 넘게 살아보니,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 "한 사람만의" 응원과 믿음만 있어도,
나의 자존감은 높아지고 살만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
그러고 보니,
난 사랑을 받았던 만큼,
좋아하는 사람에게 칭찬을 참 많이 해주며 살아왔다.
소개팅으로 만난 철벽남 우리 남편을 꼬셔내어 결혼까지 하게 된 이유도 결국은 "칭찬의 힘"이었다.
.
그렇게 사람을 잘 다룰 줄 안다고 생각하던 나인데도..
.
막상 내 존재보다 소중한 아이가 눈앞에 나타나자,
내 아이들 말고는 보이는 게 없었다.
.
신랑에겐 칭찬보다는 비난을,
친정 엄마에겐 사사건건 짜증을,
심지어 나 자신한테도 엄격한 채찍만을 들이대게 되었다.
.
.
인간관계는 결국은 상호작용인 것을..
난 내가 유년시절 내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내 아이에게 그대로 흉내 내며 돌려주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던 거다.
.
.
그러는 사이,
신랑과 나는 티격태격하는 다툼 속에,
우리가 서로에게 내뱉은 말처럼 최악의 사람들로 변해갔다..
.
서로의 날 선 대화의 끝엔,
결국.. 우린 안 맞아.... 항상 우리 관계의 끝을 생각하고..
.
서로의 단점만 꼬집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단점들이 입밖에 꺼내지는 순간,
우리 둘은 서로에겐 그냥 딱 그런 사람이 되고 마는 것...
.
.
결국은 내가 변해야 했다...
.
하루에 한 가지라도 이 사람을 응원하고 칭찬해 보자.
라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 순간,
우리 부부에게도 작게나마 변화가 찾아왔다.
.
그리고 이 사람을 나에게만 맞추지 말고
내가 한번 맞춰가보자 라는 생각의 변화도 생기기 시작했다..
.
처음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미운 그 사람을 칭찬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
.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거울 속 나에게 소리 내어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중얼중얼, 넌 특별하다. 넌 예쁘다. 현명하다....
.
넌 너무 잘하고 있어.
아니, 못해도 괜찮아!!!
.
잘할 때의 나만 좋아하고 칭찬하는 게 아닌,
나의 전부를 나는 너무 사랑해...
라고,
나를 아껴주고 나를 스스로 안아주고 맘껏 사랑했다...
.
그러다 보니 어느 날 그런 칭찬이 아무렇지 않게 남편을 향해서도 내뱉어지더라.
.
.
내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남한테 준다는 건 너무 힘든 거다.....
아니 받아본 적 없는 사랑은.. 절대로 줄 수 없다..
.
.
내 아이에게 매일매일 써주는 응원과 사랑의 편지...
결국은... 내가 듣고 싶은 말..
내가 나에게 적어주는 편지였다는 것...
.
[나는 내 존재 자체를 사랑해...
난 나를 참 많이 좋아해...]
.
이 마법 같은 말을 자꾸 속으로 되새겨보자...
생각지도 않은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
.
#나 자신먼저사랑하기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나에게 직접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