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4 낭독
‘한 줌의 흙일뿐이야. 배도 고프고, 웃기도 하고, 키스도 했던 한 줌의 흙. 한 줌의 흙이면서도 지금은 사람을 울리는 것. 대체 우리를 이 땅에 데려다 놓은 악마는 어떤 놈이고, 이 땅에서 데려가는 악마는 또 어떤 놈일까?’
(『그리스인 조르바』, 느낌이 있는 책, p.450)
조르바가 자신이 사랑했던 오르탕스 부인의 시신을 보며 한 생각이다. 공수래공수거.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 우리는 모두 그저 태어났고 때가 되면 죽는다. 그 사이에 배도 곯고, 희로애락을 느끼고, 먹고 마시며, 뜨거운 키스도 하고, 잠도 잔다. 그러다 정해진 날에 흙으로 돌아간다. 성별, 연령, 지위고하, 국적, 인종을 막론하고 모두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타인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같은 결말을 맞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저 수많은 물질 중 인간으로 나와 자연으로 회귀하는 것. 삶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대단히 크고 두려운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운명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해 조르바처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악마에 의해서 이 전쟁 같은 삶에 떨어졌고, 실컷 구르다가 때가 되면 영면(永眠)과 영식(永息)에 드는 것. 그러니까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을 즐기고 충만해지다가 담담하게 죽으면 그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