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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이리도 부조리한가?

2025/3/3 낭독

by 독자J
이것이 인생이란 것이다. 변화무쌍하고, 요령부득이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마음대로 안 되는…… 무자비한 것이 인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 무식한 크레타 농사꾼들은 지구 저쪽 끝에서 온 늙은 카바레 가수를 둘러싼 채 자기네들은 죽지 않을 듯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느낌이 있는 책, p.445)
“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남자들 앞에서 운다면 말이죠. 남자들끼리는 통하는 기분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여자 앞에서는 늘 자기 용맹을 내보여야 합니다. 우리가 여자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면, 이 불쌍한 것들은 못 견딜 겁니다. 모든 게 끝나는 거지요.”
(『그리스인 조르바』, 느낌이 있는 책, p.446)


오르탕스 부인의 죽음을 두고 크레타 마을 사람들은 마치 자기들은 죽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다. 그녀의 물건을 미리 차지하기 위해 죽기 전부터 장송곡을 부른다며 기다린다거나, 음식을 성대하게 차려놓고 파티를 벌이는 등의 행동을 한다. 여기서도 과부의 죽음을 슬퍼한 것처럼 주인공과 조르바만이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내내 별다른 사랑을 주지 않았지만 조르바는 오르탕스 부인을 사랑했으며 한 인간의 죽음에 슬퍼할 줄 아는, 영혼이 맑은 사람이다. 왜 인간은 죽음을 생각하며 살지 않는가? 왜 인간은 마치 자신은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가? 왜 인간은 타인의 일이 곧 내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지 못하는가? 왜 인간은 당장 눈앞의 것들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그리고 이 책이 출간된 시대나 지금이나 왜 남자의 눈물에는 이렇게도 제약 조건이 많은가? 왜 남자는 울고 싶을 때 울고, 절망하고 싶을 때 절망하고, 소리 지르고 싶을 때 마음껏 소리를 지르면 안 되는가? 왜 남자는 늘 참아야 하고, 늘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만 하는가? 왜 때로는 참지 않고 누군가에게 마음껏 의지할 수 없는 것인가? 이것이 숙명이라면, 왜 남자에게만 이런 고통이 주어지는가? 남자라는 존재가 무엇이길래? 왜 조르바는 오르탕스 부인 바로 앞에서 울지 못하고 나가서 울음을 삼켜야만 하는가? 조르바는 그게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다운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남자다움’이 가장 필요할 부인은 이미 죽고 없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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