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1 낭독
진정한 남자란 이래야 한다. 나는 조르바의 꾸밈없는 비애를 부러워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그는 피가 뜨겁고 뼈가 굵은 사나이며, 슬플 때는 진짜 눈물이 뺨 위로 흘러내렸다. 기쁠 때는 철학 따위로 칼질하느라 그 기쁨을 잡치는 법도 없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느낌이 있는 책, p.425-426)
조르바가 주인공이 비참하게 죽은 과부 얘기를 은근슬쩍 꺼내자 입을 막으며 제지한 것에 대해 주인공이 부끄러움을 느낀 뒤에 한 말이다. 조르바는 과부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했다. 과부를 좋아했던 주인공보다도 더. 과부가 죽기 직전까지 유일하게 몸을 던져 지켜줬으며, 과부가 죽은 날에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며칠 동안 밥도 먹지 못할 정도로 괴로워했다. 어찌 보면 크레타섬에서 외톨이인 과부를 유일하게 지켜준 존재일 것이다. 반면 주인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또한 조르바는 기쁠 때는 그 순간에 철저하게 몰입한다. 기쁜 순간에도 철학이니, 부처니, 형이상학이니 따지는 주인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책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 질문을 계속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사실 모두가 조르바처럼 사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대부분은 주인공처럼 살고 있을 것이다. 기쁜 순간에나 슬픈 순간에나 온전히 그 감정에 충실하지 못한 채 감정을 억누르고, 주변을 살피고, 이 감정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를 계산하고 따지는 등의 행동들을 할 것이다. 사랑조차 현실의 잣대로 재단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조르바의 모습과 삶은 나에게 큰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