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5 낭독
“두목, 나는 말이지요. 고통스러워할 때마다 고통이 심장을 찢어놓는 듯하답니다. 하지만 내 심장이란 건 이미 구멍이 숭숭 뚫리고 다 찢어졌어요. 이번에도 상처를 입었다가 아물었으니 상처 자국이 새삼스럽게 보이지 않는 거지요. 내 몸은 상처가 아문 자리 투성이랍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많은 고통을 견딜 수 있는 겁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느낌이 있는 책, p.464)
(주인공이 오르탕스 부인의 죽음을 잘 잊었다며 조르바를 몰아세우자)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이 필요한 법입니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미리 생각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건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는 뭐 하는가?’ ‘잠을 자고 있어.’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자네 지금 뭐 하나?’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은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말이야. 키스나 실컷 하게’“
(같은 책, p.464-465)
인생은 그저 고통을 받고, 그것을 견디며 잘 이겨내고, 잘 잊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통을 받고... 이것을 죽을 때까지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가슴에 흉터가 남을 수는 있지만, 딱 그만큼만 성장하는 게 인간이다. 그러므로 이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니까 고통을 피할 수는 없으니 이것을 잘 받아들이고 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게 탄력성이 높은 사람일 것이다. 물론 상처가 너무 크다면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게 치료를 받고 다시 살아가는 게 인생이다. 난 이걸 받아들여야 한다.
인생은 그저 오늘(present;선물)의 연속이다. 어제도, 내일도 결국 오늘이었고, 오늘일 날이다.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것이다. 오늘을 충실하고 만족스럽게 살아야 한다. 잠을 잘 때는 숙면을 취하고, 밥을 먹을 때는 음식에 깊이 몰입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할 때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단순하지만 어려운 것. 회복 탄력성과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 이 두 가지가 인생의 본질이자 전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