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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2025/3/7 낭독

by 독자J
얘야, 천당의 일곱 품계도, 이 땅의 일곱 품계도 하느님을 안기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사람의 가슴은 하느님을 안기에 충분하지. 그러니 알렉시스야, 조심해라. 내 너에게 충고하건대, 사람의 가슴에 상처를 내면 안 된다!
(『그리스인 조르바』, 느낌이 있는 책, p.476)


나는 꺼져 가는 불가에 홀로 앉아 조르바가 한 말의 깊이를 가늠해 보았다. 의미가 풍성하고 포근한 흙냄새가 깃든 말들이었다. 이런 말들은 존재의 깊은 곳으로부터 그런 느낌을 갖는 이상으로 따뜻한 인간미를 지니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의 말은 종이로 이루어진 것에 지나지 않았다. 내 말들은 그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피가 흐르지 않는 것이었다 말에 가치를 따질 수 있다면 그것은 그 말에 얼마나 피가 흐르는 가로 가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느낌이 있는 책, p.476)


말은 복합적이다. 언어는 사물의 본질을 다 담아낼 수 없기도 하지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기도 하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말조심을 해야 하고, 상처 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동학에 ‘인내천(人乃天)’이 있고, 유학에 ‘민심 즉 천심(民心卽天心)’이라는 말이 있듯, 사람은 개개인이 다 소중한 존재이고, 대다수의 마음이 곧 천심(天心), 즉 자연의 섭리이자 상식인 것이다. 따라서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사회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모든 종교의 가르침이 마찬가지여야 하지만, 신의 가호와 말씀은 경전과 계율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도 신자들과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지 말씀 그 자체나 소수의 사제들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종교인들이 한번 곱씹어보아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신의 뜻은 천국의 계율에도, 지상의 계율에도 없다. 오로지 사람들의 마음속에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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