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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버티고 맞서기. 그것만이 인생이다.

2025/3/10 낭독

by 독자J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돈, 사람, 고가선, 수레를 모조리 잃은 것이었다. 우리는 조그만 항구를 건설했지만 수출할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모두 깡그리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그랬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후부터였다. 엄청나게 복잡한 필연의 수렁에 빠졌다가 자유가 한편에서 따로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었다. 나는 그 자유의 여신과 함께 마음껏 놀았다.

손안에 잡을 수 있는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극복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더러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더러는 악마라고 부르는 것-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덤벼들었지만 우리는 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참패했지만 속으로는 정복자가 된 것을 깨닫는 순간 인간은 말할 수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게 된다. 외적인 패배가 비할 데 없는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느낌이 있는 책, p.497)


삶은 고통이다. 인생은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 인생은 만만하지 않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고통을 감내해야 하며, 그렇게 얻었다 해도 모조리 잃어버릴 수도 있다. 마치 주인공이 전 재산을 털어서 만든 고가선 케이블이 모두 무너져 내린 것처럼.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야 하고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조차 자유와 편안함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어쩌면 많은 것을 가진 대가로 인생은 고통과 부담이라는 짐을 우리 어깨에 져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무서울 만큼 공평하고 냉혹하다. 많이 가지면 가진 대로 불행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우리가 인생 앞에 무력할지라도 스스로의 태도는 결정할 수 있다. 생각을 바꾸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주인공의 말처럼 ‘겉으로는 참패했지만 속으로는 정복자가 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살면서 두려울 게 없을 것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결국 버텨야 한다. 전쟁 같은 삶에 맞서야 한다. 직면해야 한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죽을 때까지 이것을 반복해야 한다. 그게 인간의 숙명이다. 주인공이 조르바를 만나고 생긴 변화 중에서 아마 이게 제일 유용한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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