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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말 동생을 죽였을까?

2025/3/18 낭독

by 독자J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얼굴에, 다른 사람들을 겁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어. 사람들은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어. 그가 그들을 압도했던 거야, 그와 그의 자손들이. 어쩌면, 아니면 분명히, 그것은 편지에 찍히는 소인처럼 정말로 이마에 찍힌 표적은 아니었을 거야. 사람 사는 데 그렇게 단순한 일은 드물어. 오히려 그건 뭔가 거의 알아볼 수 없는 무시무시한 그 무엇이었을 거야. 그것은 오히려 시선에 담긴 비범한 정신과 담력이었을 거야. 그 남자에게는 힘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를 겁냈어. 그는 <표적> 하나를 가지고 있었어. 그걸 사람들은 자기 원하는 대로 설명할 수 있었어. 그리고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들한테 편하고 자기들이 옳다고 하는 것을 원하지. 사람들은 카인의 자손들이 무서웠어. 그들은 <표적> 하나를 가지고 있었거든. 그러니까 사람들은 그 표적을, 그것의 원래 모습인 우월함에 대한 표창으로 설명하지 않고, 반대로 설명한 거야. 사람들은 말했지, 이 표적을 가진 녀석들은 무시무시하다고, 또 그들이 실제로 그렇기도 했어. 용기와 나름의 개성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늘 몹시 무시무시하거든. 겁 없고 무시무시한 족속 하나가 돌아다닌다는 것은 몹시 불편한 일이었지. 그래서 이제 이 족속에게 별명 하나와 우화 하나를 덧붙여놓은 거야. 복수하려고, 견뎌낸 무서움을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약간 해롭지 않게 억제해 두기 위해서. 이해되니?
(『데미안』, 민음사, p.40-41)


간단히 말해서, 내 생각은, 카인은 늠름한 젊은이였는데 그저 사람들이 그를 무서워했기 때문에 그에게 이 이야기를 매달아 놓은 거라는 거지. 이야기는 그냥 하나의 소문이었어. 사람들이 온 사방에 떠들고 다니는 그 무엇이었지. 그러나 카인과 그 자손들이 정말로 일종의 <표적>을 지녔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랐다는 것은 완전히 사실이야.
(『데미안』, 민음사, p.41)
…(중략) 어쩌면 다른 약한 사람들이 이제 잔뜩 겁이 난 거야. 그들은 몹시 탄식을 했지. 그런데 <왜 너희들도 그 사람을 그냥 쳐 죽이지 않는 거지>라고 누가 물으면 그들은 <우리가 겁쟁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하지 않고 <그럴 수 없습니다. 그는 표적을 가지고 있거든요. 하느님이 그에게 그려 주신 겁니다!>라고 말했지. 대략 그런 식으로 그 사기는 이루어졌을 게 틀림없어.
(『데미안』, 민음사, p.42)


사람들은 남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본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나 이해하고 싶지 않거나 피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나름의 이유를 붙여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갖다 댄다.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기존의 권위와 질서에 쉽게 적응하고 순응한다. ‘그렇게 결정됐으니까, 그게 정설이니까, 옛날부터 그랬으니까’라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서 어떻게든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 그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너무 쉽게 재단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에 대해서 다 알지도 못하면서.


위의 인용문들은 성경에서 유명한 카인과 아벨 이야기에 대한 주인공과 데미안의 대화에서 데미안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부분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하느님이 카인과 아벨이 바친 제물 중 아벨의 것을 받고, 카인의 것은 받지 않자 카인이 그를 질투하여 동생 아벨을 쳐 죽였다. 그러자 하느님은 이를 아시고 카인에게 평생 떠돌이로 살 것이라며 경고하자 그는 누구든 자신을 만나면 자신을 죽일 것이라며 두려워한다. 그러자 하느님이 카인에게 보호의 표시를 내려 그를 보호했다는 이야기이다.


데미안은 카인과 아벨 이야기가 카인을 두려워한 사람들이 그에게 부정적인 이야기 하나를 덧씌운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의 해석을 받아들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뀐다. 늠름한 한 젊은이를 두려워하고 시기질투한 사람들이 그를 악마화한 결과로 말이다. 무엇이 진실인지와 별개로, 이 대목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우리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 이해할 수 없거나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 기존의 전통과 질서에 상충하는 것,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삶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본인의 마음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가? 데미안의 말대로 카인이 정말 동생을 죽인 인면수심의 인간이라면 왜 그를 그대로 두는가에 대한 질문에 사람들은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는가? 정말로 그들이 카인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을까? 카인과 아벨은 정말 형제 관계일까? 데미안은 나에게 무엇이든지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아야 하고, 여러 가지 각도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하고, 무엇보다 타인과 그의 삶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지도, 재단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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