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법 다른 실패

그래도 달려가는 힘

by ZHTU

성공만 있는 도전은 재미없다.

어려운 난간을 뚫고 올라 정상에 설 때,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은 성취감을 느낄 때,
우린 비로소 성공의 맛을 제대로 음미한다.


러닝이 재미있는 이유도 비슷하다.
늘 다른 호흡법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실패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몸이 무거웠다.
그걸 알기라도 한 듯, 밤에 운동하러 도착했을 때 고라니가 있었다.
얼마나 늦게 왔으면 고라니가 놀라 도망칠까.
고라니도 잘 시간에 인간은 운동을 한다.
허락되지 않은 소소한 재미였다.


하지만 일이 늦게 끝난 날, 이 시간 외엔 오기 힘들다.
그래서 ‘늦게라도 온 자’에게만 보이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이런 사소한 순간 하나하나가 결국 성공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가볍게 1km를 달리는데 갑자기 위산이 올라왔다.
이미 뭔가 안 될 조짐이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첫 1km는 마쳤다.
오늘의 목표는 인터벌이었다.
체력을 끌어올리는 날.
잠시 몸을 풀고 인터벌을 준비…하려다 화장실로 향했다.


긴장도 되고 생각도 많아졌다.
특히 호흡법이 떠올랐다.
인터벌에서는 자연스레 다리가 빨라지니 기존 호흡이 버거워진다.


그동안 2-2 호흡법(2번 들이마시고 2번 내쉬기)을 써왔는데
속도를 올리니 호흡을 너무 빨리 끝내 버렸다.
몸은 괜찮은데 숨이 먼저 차올라 뛰기 어려웠다.
내 판단은 이랬다.


그래서 오늘은 3-3 호흡법을 시도했다.

호흡 시간 자체는 비슷하지만,
더 길게 들이마시고 더 길게 내쉬다 보니
마지막엔 체내 이산화탄소를 충분히 배출할 수 있었다.
덕분에 3분씩 3세트는 무난히 해냈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방식이라 타이밍이 중요했다.
그러자 갑자기 감각이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달리는 중 듣던 음악이 거슬리기 시작했고,
옆구리가 체한 듯 찌르기 시작했다.


3세트까지는 콕콕 아프더니
4세트에서는 통증이 더 쿡쿡 깊어졌다.
5세트에서는 속도를 줄였는데도
‘이대로 가면 크게 아프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포기했다.


중간에 내 자세가 문제였나 싶어
4세트 때는 자세도 다시 바로 잡아 봤다.
그러나 올라간 속도에 호흡이 끝내 따라오지 못했다.
잠깐 쉴 때만 상태가 좋아졌고,
다시 뛰면 또 아팠다.


그래서 멈췄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시도하다 맞닥뜨린 새로운 실패.
이런 실패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
오늘은 그냥 집에 가서 푹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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