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남겨준 강인함과 회피

어제의 실망은 오늘의 환희

by ZHTU

우리가 가장 실망하는 순간은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못했을 때다.

그 실망은 남탓할 여지도 없이 오직 나를 향해서 더욱 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상처를 무릅쓰고 그래도 하는 꾸준함이나,

혹은 더 다치지 않기 위해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는 회피와 포기.


어제 나의 러닝은 0.05km가 모자라 4km를 채우지 못했다.

누구 탓도 아닌, 그저 단순한 나의 부족이었다.

그래서 실망은 깊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다시 달리기를 선택한다.

조급하지 않게 아주 느리고 편안한 속도로 꾸준히 달린다.

최종적으로 난 평균 킬로당 7분 30초. 최종적으론 5.32km를 뛰었다.


사실 난 뛰기 전에 두려움이 있었다.

정말 오늘만큼은 뛰기 싫었고, 뛰는 공원에 갈 때까지 하품이 쏟아졌다.

뛰기 전, 타이머 세팅을 35분을 하려 다고 30분으로 줄여 버렸다.

어제의 실패가 아직 생생한 현실이었으니까.

패배가 두려웠던 것이다.


가까운 실패는 멀리 있는 성공보다 더 무겁게 다가왔다.


과거에 뛰면서 호흡법을 몰라서 힘들었던 기억,

러닝화가 아닌 일반 운동화를 신고 뛰다가 발목 아팠던 그런 기억들까지.

성공한 기억보단 실패한 기억이 많아서 두려웠던 것이다.


관성이란 이런 게 무섭다.

다른걸 아무리 잘해도 어제 못하면 그냥 못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까지 꾸준히 달려온 것도 잘한 것이지만

그런 것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저 어제의 실패는 그냥 오늘까지의 실패자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관성이고 습관이다.

실패자는 실패자이다.


실패는 흔하고 쉽다.

성공은 드물고 어렵다.

어제의 성공이 오늘 어제와 같은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걸 역으로 말하면

어제의 실패는 어제의 실패이지만
그게 오늘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성공이라는 관성을 만들어야만 나를 붙잡고 내리는 힘을 끊고 우리를 위로 올려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달리려고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모든 것은 리셋이다.

기억 속 잡념은 사라지고, 그저 몸과 호흡만이 남는다.

천천히 시작하면 몸과 심장을 함께 끌어올린다— 성공을 향해.

그리고 선수들이 처음에 천천히 설설 뛰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절대로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능력을 오래 쓰기 위해서라는 것을.

너무 과하게 숨을 몰아 쉬지 않으려 진정하는 나,

중간에 호흡을 생각하며 속도를 컨트롤하고 있는 나.


오늘의 달리기의 주인공은 나였다.

오늘, 난 어제의 실패를 넘어섰고, 실망은 사라졌다.

오직 성취만이 남았다.

이게 러닝의 매력이며 상처 위의 강인함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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