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새벽 8km

모든 순간은 우리가 마주하는 역전의 기회

by ZHTU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새벽,

누기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는 달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불타는 금요일이고

나는 배고픈 배를 잡고

그저 일이 끝난 토요일 고요한 새벽길 위를 나섰다.


코가 조금 걱정되었지만 딱히 방법은 없다.

이미 나에게 붙은 생활리듬.

비가 와도 일단은 달리고

이 비를 모두 받아내며 앞으로 향한다. 뛰어가며 달린다.


2km쯤 달릴 때쯤,

문득 떠오른 건 '헌팅 스나이퍼'라는 게임이었다.

그 게임은 매 순간이 역전의 찬스다.

방심 한 번에 패배하고, 집중 한 번으로 역전한다.

그게 꼭 지금의 나 같았다.

불타는 금요일이 한창일 토요일 새벽 1시.

비 때문에, 피로 때문에, 짜증 때문에 안 할 수 있다. 아니 안 하는 게 더 정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나의 삶을 역전시킬 수 있는 찬스다.


속도를 조금 올린다.

킬로당 7분 30초로 시작했던 페이스를

점점 7분 14초로 줄였다.

워밍업은 끝났다.

이제부턴 비가 내 앞을 막고, 물 웅덩이가 가는 길을 막아도,

멈출 수 없다.

마치 천천히 앞으로 향하는 폭주 기관차는 계속 움직인다.


5km를 넘어설 때쯤, 노래는 이미 껐다.

'탁 탁 탁'

새벽시간의 공원은 오직 나만의 공간이었다.

아파트 빛조차 허락되지 않았고, 공기는 차갑다.

오직 나의 편한 숨소리가 이 차가운 공기를 배웅한다.


7km

이제 뇌는 착각하기 시작했다.

이게 7킬로인지 8킬로 인지도 모르겠다.

비에 젖은 몸은 날 더욱 무겁게 했으며, 호흡은 가팔라 졌다.

하지만 생각은 단순하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 문장을 붙잡고 달린다.

심장은 쿵쿵거렸고, 머리는 지끈 거 린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다.

오늘 멈추면, 난 분명 나중에 후회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무얼 후회할까? 분명 여기 나온 것만으로 충분히 잘했는데 뭘 후회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1킬로는 정신력으로 버텼다.

몸은 뒤틀리고, 코어가 흔들리고, 다리가 휘청인다.

하지만 다시 중심을 잡는다.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완전히 젖은 몸,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그 상태로,

나는 끝까지 달렸다.

그리고 해냈다


비 오는 새벽의 8 km

그 길 위에서 나는 해냈다.

10km 달리기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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