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편) 고요한 날, 크리스마스 이브와 외부인

마라톤은 끝났지만 아직 달리고 있는 나에게

by ZHTU

깔끔하게 옷을 입고, 면도를 하고,

당당하게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아주 미세한 기대를 품고 거리를 나선다.


성당을 향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발을 옮긴다.

이중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태도.


기대와 공허는 반대어가 아니다.

기대의 끝에는 언제나 공허가 있고,

공허의 끝에는 다시 기대가 생긴다.

나는 그 순환을 알고 있고,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의 성당으로 향했다.



오늘 느끼는 종교는

신앙이라기보다 커뮤니티에 가까웠다.

포용과 관용의 언어보다는 집단과 배척의 감각이 먼저 닿았다.


성당 건물은 우람했고,

반짝이는 빚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따뜻해 보인 안쪽과 달리

입구는 매우 좁았고,

그 좁은 입구마저 닫혀 있었다.

열 효율을 생각하면 닫아두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는 효율에 의해 거절당한 외부인이었다.


행사는 이미 끝나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 흐름을 거슬러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결국 나는 근처 성모마리아 상 옆에 서서

조용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그녀는 예수를 출산하던 밤,

동방박사 세 사람이

그냥 지나쳐주길 바랐을까.


나는 세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었지만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고,

모두가 각자의 길로 떠나갔다.


나는 암굴 속으로 조용히 돌아간다.

그리고 다들 행복하길 바란다.

예수의 길을 읽으며

내일도 다시 기대하며 살아갈테니


구두 어딘가 튀어나온 못 때문인지

발에 상처가 났다.

양말은 피로 젖어 있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밤

몸엔 공허라는 흔적만이 남았다.


기대는 늘 그렇듯

피가 마른 다음 날쯤,

아무 일도 없었던 얼굴로 다시 돌아올테니


마라톤은 이미 11월에 끝났지만

난 아직도 달리고 있다.


이 글은 목적도 다르고,

이벤트도 끝났고,

환호도 없는데


이 글을 적으며

미련을 못버리고

아직도 관성에 의해 달리고 있다.

더이상 외부인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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