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면 금새 이만큼 자라 있는
나의 죄성 나의 이기심
깎아버리고 또 깎아버려도
시간은 다시 나의 추악한 속내를 드러내고 만다
하나가 아닌 열 개, 아니 스무개의 적나라한 아집 앞에
또 한 번 절망한다
그리하여 한 번에 하나씩, 그리고 조심스럽게 나의 내면과 마주한다
짧고 굵어 뭉퉁한 것 안에는 지저분한 욕심이 자리 잡더니
두 번째는 마디마디 비난과 불평으로 타자에게만 상처를 주었구나
가장 길고 괜찮을 것 같던 세 번째는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채 움켜쥔 상처를 절대 꺼내놓지 않는다
그러기에 새로운 생채기가 난다
약속은 거짓말처럼
쉽게 깨지고 쉽게 버리더라
마지막 언약의 순결마저 강물에 떠내려 보내고
돌이키지 않으니 이내 미숙함의 순환이요
어찌할지 모르니 무지한 인간의 한계와 욕망만이
내 안에 가득하다
그러니 깎아내려 한다
또 다시 이 싸움에서 절망한다 할지라도
너를 깎고 나를 닦아 오늘 다시 새로워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