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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

by 유혜진

눈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아랫목 뜨끈한 이부자리에

목덜미까지 빨간 담요를 덮고는

엿도 녹여먹고

귤도 까먹던 날이 생각납니다


처마밑 줄줄이 고드름 따다가

여기 저기 장독들로 실로폰 치던 날

언제나 봄이 올까

어머니 눈망울엔

한파를 이겨내던 강인함도

봄을 기다리던 애달픔도

가득했습니다


내 친구 옥이는

썰매 타자고 야단법석

뒷 집 민수는

콧물이 주룩주룩

옷소매가 이미 축축합니다


나는야

하늘서 내 입으로 떨어지는

눈 받아먹느라 썰매도 얼음도 잊었습니다

사르르 사라지는

눈은

시원하고 달큰합니다


아 봄이 올까요

눈을 더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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