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나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24년 1월, 회사를 그만두고부터는 조금 편해질 줄 알았는데 긴장이 풀리면 몸이 아프다는 말이 있듯이 말 그대로 아픈 게 몸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11월에 다친 발목은 꽤 걸을만했지만 여전히 아팠기 때문에 발목보호대를 해야 했고, 집에서 서류 작업을 오래 해서 그런지(그래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손목보호대를 사야 했다. 정형외과에 가는 것은 비싸니까, 누워서 쉬면 괜찮아지는 것 같았기 때문에 병원에까지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때 이미 몸은 나에게 선명하게 신호를 보냈던 것 같다. 긴장이 풀려서 그렇겠거니 싶었고, 나는 '해내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기 때문에 내 눈앞에 떨어진 기회 말고는 보이는 게 없었다. 당시 전시기획을 함께 했던 해외 갤러리에서 함께 유럽에 가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있었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아픈 발목을 꽉 잡아줄 부츠와 손목 보호대를 샀다. 그렇게 나는 27kg의 캐리어와 함께 씩씩하게 하늘길에도 올랐다.
어찌어찌 날씨는 봄이 되었다. 괜찮은 날도, 안 괜찮은 날도 있었지만 확실히 몸은 점점 나빠져갔다. 회복되지 못한 몸을 이끌고 형편없는 샌들과 함께 또 이국으로 날아갔고, 나은 줄로만 알았던 발목이 종아리만큼 부었었을 때는 휴족시간으로 알량하게 다리를 달랬다. 하루만 더 하고 쉬자. 하루만 더.
어느 순간 마우스 스크롤을 굴리면 손가락을 구부릴 수 없게 붓게 되어 (해외 일정 중 무거운 짐을 손가락으로 들어서 다친 것이라 생각했다.) 손가락 보호대까지 사야 했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으면 손바닥부터 어깨 허리가 모두 아프고, 항상 잡아 열던 문 손잡이가 너무 무겁고 손목이 아팠고, 헬스장에서 가볍게 달리면 발목이 나갔다. 어느 순간 나는 침대에서 내려오는 걸 너무 아파하고 있었다. 건강식품이나 먹으며 막연하게 낫기를 기대해 보던 내가 정형외과에 가게 되었던 건 양쪽 손목에 물혹이 생기고 나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