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02일] 정리하다 끝? 다저녁에 보상받다 (feat. 해맞이해안로
어제 한 시가 넘어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떴는데 별로 피곤하질 않다.
이것은 이상한 제주효과인가?
집에 아무것도 없어서 아침은 편의점으로 갔다.
걸어서 4분 거리에 CU가 있다.
매장 청결하고 넓고 쾌적하다.
오전에 잠깐동안 마실 물이랑 2+1 하는 컵밥 중에 하나는 먹고 나머지 두 개 들고 산책하며 집으로 왔다.
어제 로드탁송으로 보낸 차는 제주집으로 잘 도착했다.
다 같이 짐을 내리니 별로 힘이 들진 않았는데 집에서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오전 내내 정리하고 정리하고.
옷들은 다 꺼내서 옷걸이에 걸어두고 속옷들은 정리함 채로 개수만 추려 왔더니 두 번 일 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
아이들은 키보드가 제일 반가운 눈치다.
짐을 다 들이기도 전에 전원이 켜졌다.
김치들도 들여와 냉장고에 넣다 말고 냉장고 다 뜯어 청소하는 나. 병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 늦은 점심이 되어버렸다.
집에서 해 먹으려 했으나 장도 봐야 해서 그냥 근처 돈가스집으로 갔다.
'호자'
오오~~~
근래 먹은 돈가스들 중에 제일 부드러움.
'겉바속촉' 완전 성공한 돈가스다.
셋이 다 다른 맛으로 등심, 안심, 치즈 돈가스를 골고루 나눠 먹었다.
완벽클리어.
여기 주인이 같이 하는 그림가게가 옆에 있다.
작은 갤러리인데 인터넷주문도 받는 듯하다.
그림이 다들 편안해 보여서 좋다.
나는 읽을 책을 몇 권 들고 왔는데 애들 책이 없어서 도서관에 들렀다.
'동녘도서관' 제주 동쪽이라 이런 이름이겠지?
이름도 참 예쁘다.
5년 전에 제주시에서 받은 대출증이 있는데 동녘도서관은 교육청에서 하는 도서관이라 전에 받은 대출증을 연계해서 다시 전자대출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대출기한 2주, 한 번에 10권을 빌릴 수 있다.
우리는 8권 빌려왔는데, 상균이는 한 권 다 읽었고 석균이는 반권쯤 읽었단다.
오늘은 세화5일장이 열리는 날이지만 우리는 하나로마트로 갔다.
이것저것 냉장고에 채울게 많이 필요했다.
잔뜩 사서 냉장고 채우고 보리잡곡밥에 치즈계란프라이, 게맛살도 살짝 굽고, 진미채도 볶고, 친정엄마표 김치랑 깻잎김치, 조미김으로 밥은 두 그릇씩 먹었다.
밥솥이 압력솥이 아니라 쌀을 오래 담궈 뒀는데도 뭔가 찰기가 부족하다.
애들은 뭐든 주기만 하면 잘 먹지만 밥솥을 가지고 왔었어야 했는가.
앞으로 한 달 반을 어쩌누.
솥밥 해 먹는 거 아냐?
어제 너무 늦게 자서 오늘은 일찍 잘까 했지만 노을이 너무 예쁘다.
해맞이해안로까지 마을길로 돌아내려 가도 16분이면 간다고 내비게이션이 그래서 우리는 잠시 걷기로 했다.
와~ 진짜 나오길 잘했다.
이렇게 예쁜 바다를, 이렇게 예쁜 하늘을...
지나다니는 사람도 하나 없고 우리끼리 하하 호호하며 걸었다.
땀은 진짜 많이 났다.
하지만 전혀 짜증 나지 않음.
이것도 정말 이상한 제주효과다.
제주는 이상한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집으로 돌아오니 지붕 위로 상현달이 밝아오고 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집 같은 저 집이 우리가 머물고 있는 한동스테이이다.
밥 먹고 바로 나가서 쌓여있는 설거지에 주방으로 가려는 나에게 상균이 말했다.
"엄마, 제주 있는 동안 설거지는 제가 다 할게요. 대신 저도 요리하는 것 좀 가르쳐 주세요. 저도 요리해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차근차근 가르쳐 주기로 했다.
일단
라면 끓이기, 밥 하기, 계란프라이 같은 기초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상균이가 정말 좋아하는 콘치즈도 알려주고.
제주에서 무언가 배워가고 싶은 게 있으면 그렇게 하자고 했는데 그게 요리가 될 줄은 몰랐다.
졸지에 나는 선생님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