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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쪽해안 마을

[제주 13일] 비 오는 날 바다수영

by 여행하는 SUN

일산집에서 잘 때마다 찾아 듣던 ASMR 음원.

어젯밤엔 천둥소리가 섞인 리얼 빗소리로 아침까지 푹 잘 잤다.

창문을 열면 멀리서 파도 소리도 들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바다가 보이는 제주도 동쪽해안가 마을이다.



버터에 구운 빵과 치즈를 넣어 살짝 데운 모닝빵, 과일들이 오늘 아침이다.

다들 빗소리덕인지 늦도록 잘 잤다.

주말이라 해수욕장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아는 사람만 안다는 집 앞 해변에 파라솔을 꽂았다.


이곳은 간조 때만 모래해변이 나오는데 경사도 완만하고 미역도 별로 없이 깨끗해서 언제고 놀아보고 싶었던 곳이다.

또 좋은 점은 집까지 직진해서 한 길로 갈 수 있고 수영복이 젖어도 걸어가는 거리라 구적거리지도 않는다.

아침저녁으로 자주 산책하던 길이라 아이들도 익숙한 길이다.

우연히 꼬마손님들도 만나고 즐거운 한때였다.

점심엔 세화하나로마트 닭강정으로 요기도 하고,

스노클링에 수영에 게도 잡아보고...

몇 시간을 물속에서 노는지.

나는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여유 있는 시간을 가졌다.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비도 내려서 큰 짐만 챙겨 먼저 들어왔는데 상균이가 래시가드도 없이 맨발로 집으로 돌아왔다.

래시가드도 크록스 슬리퍼도 다 잃어버리고 물은 차오르고 해서 그냥 왔다고 했다.

해맑은 얼굴로 그래도 정말 신나게 놀았다고 말하는 상균.

잔소리 좀 할까 했는데 나를 안아버리는 능구렁이.

혹시 내가 가서 찾아보면 있을까 싶어서 가 봤지만, 이미 물이 다 차서 완전 포기 했다.


그래도 그냥 포기했으면 계속 미련이 남았을 것 같은데 우리는 한 번 더 찾아봤으니까 여기서 깨끗하게 끝내기로 했다.

대신 다음부터는 본인 물건은 본인 스스로 더 소중히 대해주기로 약속했다.

남편아, 당신 래시가드 이제 없다. ㅋㅋㅋ


아침에 빵 먹고 점심에 치킨 먹고, 밥을 못 먹은 거 같아서 4시지만 이른 저녁을 먹자고 했다.

먼저 들어와서 밥도 하고 된장찌개도 끓여놓길 잘했다.

저녁엔 주전부리하며 올림픽 응원하기로 했다.


오전에 잠깐 해가 나왔었는데 상균이 손에 장갑을 끼워줬다.

얼굴은 뻘건 것이, 저녁 내내 부끄러울 예정이다.

과자나 몇 개 집어 먹을 줄 알았는데

상균이는 라면 끓이겠다고 했다.

3개 끓이자는 거 2개로 합의 봤지만 밥을 두 공기는 말아먹은 것 같다.


결국 된장찌개는 간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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