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함께 할 수 없을 때

그래도 함께를 꿈꾼다.

by 여행하는 SUN

5.

남편의 지인들은 이곳저곳 좋다는 요양원을 소개해 주셨다.

“우리가 먼저 보고 올게요. 아버님이랑 함께 정하고 아버님이 원하시는 곳으로 가실 수 있게 할게요. 아버님 원하시는 곳이 있을 때까지 알아볼 거니까 걱정 마세요.”

이렇게 약속하고 요양원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소개받은 곳은 생긴 지 2년쯤 되었다는데 시설이며 위치며 그만한 곳이 없다고 했다.

밖에서 보기에 건물도 커 보였고 깨끗하고 한적했다. 정원도 잘 꾸며져 있었다.

태어나 처음 들어 선 요양원. 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 보호사분 말로는 식초로 살균소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거실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어르신들. TV를 틀어 놨지만 TV를 보고 있는 어르신은 없었다. 표정 없는 멍한 눈빛. 누구도 웃고 있지 않았다. 나는 울컥 눈물이 났다.

“여보, 집에 가자. 나는 못하겠어. 우리 아버님 여기는 안돼! 집에 가자!”

이런 곳이 좋은 곳이라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 뒤로도 몇몇 요양원을 둘러봤지만 상황은 다르지는 않았다. 물론 연세도 많고 치매에 몸도 불편하신 분들이 대부분이니 어느 정도 분위기는 예상했었어야 했다.

그러다 찾아간 그곳. TV에도 나왔었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괜찮은 곳이라고 또 소개를 받았다.

그곳은 층층이 아주 밝았다. 한 방을 3분이 쓰고 있었고 부부가 함께 생활하시는 분도 몇 분 계셨다. 이곳은 밝았다.

“여기 어때? 나는 내가 여기 와서도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아버님이랑 함께 와 볼까?”

바로 다음날, 우리는 아버님과 함께 다시 요양원을 찾았다. 아버님은 보호사 분들과 농담도 하시고 내 방은 어디냐고 물으시며 편안해하셨다. 아직 자리도 없는데 말이다.

우리는 대기자 명단에 아버님 이름을 올렸고 아버님은 의외로 그날을 기다리셨다. 운이 좋았는지 보름 만에 자리가 생겼다고 연락이 왔고 그렇게 아버님의 새로운 방이 생겼다.

아버님이 요양원에 들어가시기까지 조금은 힘들고 마음 아픈 일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생활도 조금씩 안정되어 갔다.



6.

엉또폭포가 터졌을까?

어제부터 비가 많이도 내렸다.

엉또폭포는 비가 많이 내려야 볼 수 있는 폭포다. 시간당 700mm 이상 4시간은 내려야 하고 비가 그치고 8시간이 지나면 물은 말라버린다.

주차장에서 폭포를 전망하는 곳까지는 생각보다 멀지 않다. 걷는 내내 나는 또 설레어하고 있었다. 멀리서 떨어지는 폭포수에 물안개가 인다. 약 50m 높이의 폭포는 웅장하고 남성스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함께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 계단, 저 계단을 오르내리며 이 풍경을 마음에 담았다.

혼자 돌아가는 길은 올 때 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낮게 쌓아 올려진 돌탑들에 다음엔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오길 소망하며 애월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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